50대 여성 크로스피터의 이야기
중년이 된 너는 이제 아플일만 남았다고?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정신마저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어?
구겨진 책 귀퉁이처럼 쪼그라 붙어질 너자신을 가여워하겠지.
이제 반백을 살았으니 조용히 사그러질 불꽃처럼 희미해져가는 젊음을 그리워하겠지...
하!....웃기시는군.
그런 헛소릴랑 집어치우고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나 들어봐.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나도 한때 너처럼 한구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늙음을 기다릴까도 고민했지.
네가 니 자신을 무엇이라 부른대도
넌 알지 못하겠지..네가 진짜 누군지.
너는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야.
거부한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8년전 마흔을 넘기고 난 헬스장이란 곳을 처음 밟아봤어.
그 날 나는 내 무엇이 그곳으로 나를 이끌었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했어.
축축 닭벼슬마냥 팔에서 늘어져가는 살을 바라보며 한숨쉬던 난 마치 지금의 너 같았어.
단 한개의 맨몸스쿼트도 해내지 못했지만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생 비키니를 휴가지에서 입어 보겠다는
깜찍한 생각 하나로 헬스장이란 곳엘 가서 3개월 이벤트로 등록헀지.
그러나 여전히 나는 세상의 모든 계단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꿈꿨고
엘베없는 3층 건물은 한여름날의 김빠진 콜라보다 더 극혐이었어.
하지만 지금,
나는 알아.
그날 날 헬스장으로 향하게 한 건
미래의 나, 지금의 내 자아였단 걸.
그 힘이
운동 혐오자였던 나를 오늘의 현실으로 이끌었고,
그 날로부터 8년 후
나는 오전 9시 크로스핏 WOD를 마친 후
하교한 중딩들과 어깨 나란히 마라탕 한 그릇 비우고,
익숙한 이 스터디 카페에서
미래의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이 글을 쓰고 있어.
지금부터 잘 들어.
너희 머릿속에서
딱 하나만 지워야 할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이거야.
“나이에 맞는 운동”
“수준에 맞는 운동”은 있어.
하지만 "나이에 맞는 안전한 운동"?
그건 말이야,
너희를 뒷방 늙은이로 만들어버리는
그저 겁주기 마케팅일 뿐이야.
너희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말장난.
날 봐.
내가 그 산 증거야.
50대의 몸?
늙어가는 게 아니라,
다시 깨어나는 중이야.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어디쯤에 있든 괜찮아.
다만 꼭 기억해.
중년은 꺾이는 시점이 아니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다시 보기’의 순간이야.
그러니까 오늘,
그냥 몸부터 한번 움직여봐.
미래의 네가 지금의 널,
어디론가 데려가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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