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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살의 크로스피터의 고백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알게 되다.

by Tutor Betty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이 말이 쪼물딱 대다 식어빠 져서

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식상하겠지만

이것만큼 인간을 딱 한마디로 정의하는 말이 있을까?

꼴값이나 좀 챙겨보란 윽박같아 속을 뒤틀리게 한다는 것도 알아.

사실 인간들은 자신이 진정 누군인지 알지 못해.

사회가 주는 확고한 신념과 스스로가 그어버린 지산의 한계 속에서

파닥대다 죽는 존재들.

신념을 가진 자는 스스로의 세상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

그는 이미 '진리'를 소유했다 믿고 믿기에

시야를 좁히고 모든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지.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해 봐.

니체는 삶을 하나의 실험으로 여기라고 충고했어.

우린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위험에 빠뜨리고

실패할 권리가 있다는 거지.


사실 나 역시 40이 훌쩍 넘어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진

보통의 중년들처럼 확고하고 흔한

자아상이 있었어,

그건 살아온 삶의 서사가 주는 거니까.

지독한 운동혐오자.

초등학교에서부터 체육시간이 되면 늘 우울해지던 아이.

가을 운동회땐 달리기가 제일 싫었고...

우르르 몰려다니던 단체 율동시간은

더 질색이었어.

가느다란 손목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두 긴 다리는

운동과는 영 인연이 멀었지.



가장 확고하다고 생각되는 믿음일수록 철저히 의심해 봐.

신념은 우리를 안락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야.

늙어감에 대한 환상.

부탁인데 이 세상에서 네가

해보지 못한 낯선 행위들 중 그게 무었이든지 말이야... 당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나열해 줘.

그중 하나가 운동이었어, 난.

핼스장 첫날

딱 봐도 대학생인 초보 트레이너가 시키는

그놈의 맨몸스쾃를 한 두개 한 첫날이 기억나.

다음날 다리늗 후들거리고 근육은 비명을 질러댔지.

계단 난간을 두 손으로 붙들어 가며 엉금엉금 내려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


2. 몸의 감각으로 성장하는 내면의 영혼


인간은 몸으로 세상을 경험해.

여행지의 넋이 나갈 듯이 아름다운 바닷가 일몰 앞에서 눈물 흘릴 수 있는 것도

너의 뇌가 시신경을 통해 그 모든 빛과 전자기적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이야.

몸을 입기 전의 그 세상을 완벽한 우주, 천국.... 그것이 무엇이라 불리든

그곳에서 떨어져

이 세상에서

몸을 가지는 이유는 모든 감각을 이용해

너를 성장시키기 위해서야.


현상학적 자아 인식으로 보면 몸은 세상을 경험하는 창구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운동을 통해 나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왔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내 심장이 몸 밖으로 뛰쳐나가면

거친 호흡으로 나라는 존재를 뱉어내고

어깨를 찍어 누르는 그 바벨의 광포한 포효가

어느새 피식 웃어버릴 수 있는 만만한 무언가가 되고

세상을 집어삼킬

거대해보이는 바벨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파열음이

살얼음에 감싸인 한여름의 콜라캔 따는 소리보다 더 청량해지는 어느 순간....


비로소 세상이 덜 무서워지더라 이거야


너도 여기에 뛰어들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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