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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김연경

Jailbreak

by Jimmy Park

"Never make excuses. Your friends don’t need them and your foes won’t believe them.” (John Wooden)


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그냥 갱년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김연경이 월클 선수였다는 건 이견을 달 사람이 없지만
그런 그녀도 감독은 처음이라 좌충우돌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재 선수가 감독이 되니 더 어렵다.
자기 몸에선 노력하면 ‘그냥’ 되던 것을, 일일이 가르치려니 힘든 것이다.

아무리 예능이지만
상대가 있고, 승부가 걸린 스포츠라서 억지 각본은 없다.
상대팀 입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일부러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결과가 아닌 과정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몽골에서 오신 인쿠시라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배구 선수가 되고 싶어서 홀로 몽골에서 온 선수.
한국말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해도 타국에서의 운동부 문화 적응을 위해
습관적으로 "넵"을 반복하는 그녀를 사람들은 넵쿠시라고 불렀다.

아기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다가 중학교 때 한국으로 역이민을 와서
한글의 "가나다라"를 중학교 때 처음 배운 내 아내는
인쿠시의 "넵"이 너무 공감 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은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한 그녀를 신인감독이 따로 불렀다.

"우리가 살면서 이유를 백 가지도 댈 수 있어. 핑계지 핑계.
그게 바로 루저 마인드야. 자신을 크게 생각해. 타협하지 말고...
핑계 대신 솔루션을 내봐. 생각하는 마인드 세팅을 바꾸라고.
큰 무대 가야지. 여기서만 배구할 거야?
누구도 편하게 못 가. 다들 어렵게 간 거야. 너도 힘들겠지만...
잘해봐. 할 수 있어. 많이 도와줄 테니까..."

감독님의 말을 듣자마자 또 "넵"이라고 대답한 인쿠시.
그날 밤, 그녀는 배구일지에 적었다.

"김연경 감독님이 나를 도와준다고 했다. 배구 그만두지 않길 잘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처음 본 선수인데도 인쿠시를 응원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활약을 하고 있다.

작은 관심과 도와준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큰 힘을 갖게 만드는 것.
그래서 조직원들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
이 또한 신인감독의 리더십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

"긴장해서 못했다는 말 하지 마. 그런 핑계는 수만 가지 댈 수 있어.

그런 상황조차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그러고 보니 우리는 늘 그렇게 변명과 핑계에 익숙하게 살아온 것 같다.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거나...
(원래 실력은 그게 아닌데 긴장해서 실력 발휘가 안 된거다.)

몰랐다거나...
(몰라서 그런 거지 알았다면 그렇게 안 했을 거다.)

긴장을 못 이겨낸 것이 실력이 부족한 것보다는 낫고

무지가 차라리 부도덕이나 불성실보다는 나으니

결국 우리는

무의식 중의 자기 방어를 위해 우리는 끝없이 핑계를 대온 게 아닌지.
나 자신에게 더욱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배구 선수는 아니지만
신인감독에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moon_yona/22404844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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