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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Mar 14. 2024

003 기회는 늘 옆에 있다

Jailbreak

“If a window of opportunity appears, don't pull down the shadow.” (Tom Peters)

오늘도 우리는 천금 같은 기회를 무심히 흘려보냈는지 모른다.
 
내 커리어에서 감사한 것은

‘혁신’이라는 이름 근처에서 계속 뭔가를 해왔다는 것.
크게 성공한 대기업들과 우주에 흠집을 내려고하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면서,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중한 깨달음 같은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
 
지난 커리어의 부끄러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009년 MIT 미디어랩 Hiroshi Ishii 교수님의 소개로 Jay Lee님을 만났다.
자신을 아이위랩이라는 회사의 부사장이라고 소개했고 재미있는 메시지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베타버전을 보내 주셔서 당시 우리 팀 사람들과 PC에 깔아서 사용해 보았다. 팀원 간에는 일부러 그 걸로 한 동안 소통을 해 보았다. 재미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게 MSN 메신저와 뭐가 다르지? 그건 무료인데 이걸 별도로 만들어서 뿌리면 어떻게 사업이 된다는 걸까? 아무리 좋게 피드백을 주고 싶어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사용해 보고 피드백을 드리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예정되어 있던 MBA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MIT에서 Ishii 교수님을 만나 Jay Lee 이야기도 나누었다.
1년 후,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깜짝 놀랐다. 무료메시지 앱이라며 온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후 10년 만에 『카카오』가 온 국민의 생활 곳곳에 이렇게 자리 잡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12년 MIT에서 함께 공부했던 Milan한테 메시지가 왔다.
남편인 Henry가 스타트업에 초기 참여하여 개발을 했었는데 드디어 출시를 한다는 것이었다. Henry는 MIT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는데 천재적인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 그의 아버지는 Marvin Minsky라고 MIT의 종신교수이셨는데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분이셨다. 지금의 AI라는 것이 있게 한 세계적인 석학이셨다. 그런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그가 개발했다는 것은 온도조절기(Thurmostat)였다. 보내준 링크를 확인해 보니 그전에 미국 집들에서 보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고급스러웠다. 특히 과거 사용 패턴이나 실시간 환경을 인식하여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이 매우 혁신적이었다. 기존 제품 대비 너무 Fancy 하고 혁신적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잘 팔릴 것 같다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 주었다. 정말 잘 될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Nest』가 Google에 3.4조 원에 인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생 온도조절기 회사가 3.4조 원이라니. 뉴스를 본 후에도 그 숫자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2013년 MIT에서 알고 지냈던 Christy가 연락이 와서 LG와 협력 논의 중인데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Christy는 베트남에서 MBA를 하기 위해 MIT에 온 친구였다. 남편인 Sonny는 MIT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쇄창업자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전에 몇 개의 회사를 창업을 했었고 혈당계 관련 회사는 인수되어 Exit을 한 경험도 있었다. 이번에는 Christy와 함께 당시에 매우 핫하던 만보계(Activity Tracker)를 만든 거였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에서 캠페인을 크게 성공하며 돈을 모아 만들었는데, 당시 Nike가 만든 것보다 훨씬 작고 심플한 디자인이 너무 근사했다. 어, 이거 될 것 같은데... 느낌이 왔다. 한국에 출장 온 Christy와 조식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Sonny가 바로 그 다음날 비행기로 날아왔다. 목동의 솥밥집에서 두 사람에게 저녁을 사주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고, LG 내부에서도 나름 열심히 소개하고 뛰어다녔다. 거의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Deal이 깨졌다. 상황을 물어보니, LG와 협상이 무르익던 시기 Apple이 뛰어들면서 Apple Store에 입점 조건으로 독점적 유통 권한을 요구했다는 거였다. Christy와 Sonny한테는 거부할 수 없는 딜이었다. 두 사람은 내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게 더 좋은 결정이라고 말해 주었다. Apple Store에 입점한 걸 계기로 사업이 글로벌로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Misfit』이 2년 후 글로벌 시계 브랜드 Fossil그룹에 3천억 원 넘는 금액에 인수될 줄은 몰랐다. Sonny가 Fossil 그룹의 CTO가 되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될지 몰랐다.



2015년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회사에 와서 세미나를 했다.

그런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그날은 뭔가 특별했다. LG전자가에겐 생소한 분야, ‘금융’ 관련 사업이었다. 무엇보다 대표님이 매우 열정적이었다. 치대를 나왔는데 의사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해보겠다는 거였다. 말을 들어보니 정말 맨 땅에 헤딩도 저런 헤딩이 없었다. 송금이 불편하다는 문제 하나 풀어보겠다고 온갖 정부 기관과 다양한 금융기관들을 만나고 다니며 제도, 법규 등을 하나씩 풀고 있다고 했다. 머지않아 송금이 정말 심플하게 바뀔 거라고 했다. 눈이 반짝였다. 이 친구 참 똑똑하네. 결국 뭔가는 해내겠어. 하지만, 송금이란 게 은행에서 하는 수십 개 서비스 중의 하나일 뿐인데, 그걸 혁신하는 게 어떻게 별도의 사업이 된다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설사 그걸 만들어 낸다고 해도 누가 돈을 낸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시 투자팀장이던 나는 세미나 후 대표님께 가서 투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업모델은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사람이 믿을만했다. 피보팅을 해서 뭐라도 해낼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제안에 그 대표님은 웃으며 말했다. "이미 Valuation이 너무 높아서 아마 힘드실 거예요 ㅎㅎ" 물어보니 이미 가치가 너무 높았다. 아직 확실한 사업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400억은 너무 허무맹랑한 숫자였다. 아쉬웠지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다음 기회 같은 건 없었다. 그랬던 이승건대표님의 『Toss』가 수년만에 유니콘이 될지 몰랐다. 송금 하나로 시작해서 은행, 증권, 보험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금융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불과 6년 만의 일이다.


2014년 한 젊은 친구가 회사 앞에 찾아왔다.

페이스북으로만 알고 지내던 분인데 양재동까지 직접 만나러 와준다고 했다. 나도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만나 새로운 인사이트 얻는 걸 좋아하던 시기라 흔쾌히 만나자고 했다. 직접 만나보니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원래 '다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카카오'와 합병된 후 회사를 그만 둘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카카오'와 합병 후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오히려 퇴사를 결심했다고 하여 놀랬다. 퇴사 후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기획하는 중인데 쉽게 말하자면 독서클럽 같은 거라고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왠지 대표님이 매력적인 분이라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들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모여서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는 게 어떻게 사업이 된다는 건지 난 이해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 후 윤수영대표님의 『트레바리』는 독서클럽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지속 성장해 왔다. 코로나에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모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타격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이제는 더 탄탄한 성장을 준비해서 글로벌 확장을 고민하신다고 했다. 처음엔 안보였지만 돌아보니 걸어온 궤적으로 길이 나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문제를 풀다 보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게 정상인 줄 알면서도,

시작도 하기 전에 자꾸 예측하고 판단하려 한다.

그 고질적인 습관을 버리는 게 왜 그리도 힘든 지...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머리로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
기회는 주변에 늘 있다.


그걸 알아차릴 눈이 없을 뿐...
과감히 배팅할 용기가 없을 뿐...


(Unicorn,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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