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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Jan 05. 2022

원시적이고 보편적인 삶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국제 갤러리


1964년 프랑스의 중동부 생테티엔(St. Étienne)에서 출생한 장 미셸 오토니엘은 현재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9년 프랑스 파리-세르지 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s, Cergy-Pontoise)를 졸업하기 전인 1985년부터 조각, 설치, 미디어 작품 등으로 꾸준히 전시활동을 이어 갔고, 유황을 소재로 한 조각작품으로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면서 현대미술가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2000년에는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여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Palais-Royal - Musée du Louvre)역에 무라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하철 입구를 제작한 작업 <야행자들의 키오스크 (Kiosque des Noctambules)>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고, 2015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 <아름다운 춤 (Les Belles Danses)>를 영구 설치하여 동시대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작업한 작품 <루브르의 장미 (La rose du Louvre)>가 현대미술가의 작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국제 갤러리 작가 소개



  친구가 루브르의 장미를 꼭 보고 싶다고 해서 궁금증과 기대를 가지고 간 전시이다. 장미와 잘 어울리는 친구여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국제 갤러리는 이번이 첫 방문이었는데,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과 제니 홀저 개인전이 진행 중이었다. 건물 자체도 깔끔했고, 관이 K1, K2, K3 -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왔다 갔다 하느라 헷갈리고 추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갤러리였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의 수도 많았고, 작품 설명이 굉장히 읽기 쉽게 쓰여 있었고, 동선 설명도 가장 명확했다. 전시를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정말 친절한 갤러리였다.


햇살이 들어 예뻤던 갤러리.


<Precious Stonewall>
<Stairs to Paradise>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세상과 단절된 채 몰두해온 작업들로 우리에게 도래한 새로운 창조 및 문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혼란한 세상에서도 불변하는 아름다움의 진리를 사유하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고 한다. 변형이 용이한 매체 - 유리, 황, 왁스 등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재료에 인위적으로 개입을 하면서 형태가 바뀌는 순간, 그 행위에 중점을 둔다. <Precious Stonewall> 연작은 1969년 미국 동성애 커뮤니티가 미국 경찰에 저항한 스톤월 항쟁에서 제목을 차용했다고 한다. 벽돌(에 담긴 의미)를 - 보편적인 재료이자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삶을 향한 염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  깨지기 쉬운 유리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 자체가 미적일 뿐만 아니라 그 의미가 좋았다. 이를 잘 설명해준 팜플렛도 너무 좋았다. 어떻게 색을 입혔는지, 그 작업 방식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판화

위의 작품을 구상하며 그렸을 것 같은 이 판화들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귀엽고, 섬세하다?


<La Rose du Louvre>
 <Rose of the Louvre>

  사실 벽에 걸린 그림과 설치 작업들의 제목은 동일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2019년도에 제작된 것은 <La Rose du Louvre>이고, 2020년도에 제작된 것은 <Rose of the Louvre> 였다. (그냥 내가 파악하기로는 그럼.. 무슨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는 미술가가 되기 이전부터 꽃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회화 10점 (구작 6점 + 신작 4점) / 조각 4점. 평면적인 회화작품을 입체적인 조각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 (개별성을 띄긴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한, 흑색 장미 - 빛을 반사하지 않아 육중한 느낌 - 와 붉은 장미 - 생동감 - 의 대비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다.


  작품에 충실한 전시였다. 관람하는 내내 즐거웠고, 기분이 좋았다. 친구도 '굉장히 설명글을 쉽고 잘 읽히게 썼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쓰게 될 글들을 이렇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단어의 나열,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용어가 미술을 더 난해하고 거리감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미술의 대중화나 전시의 원활한 참여를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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