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이 꽃을 피우다

튤립이 꽃을 피우다

by 프로스윤

안개가 자욱하다. 문수산 정상만 1/5 정도 보이고 그 아래로 염하강까지 온통 안개다.

오른편 오봉산도 중간중간에 안개가 가리고 있지만 해발이 낮아서 낮은 봉우리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우뚝 솟은 용진진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호기롭다. 이 흑백의 풍경을 내가 표현할 수 없다. 나만 보기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 풍경은 조금 후면 사라질 것이므로. 아니 나만 느끼고 나에게만 주어진 것일지도.


드디어 튤립이 피기 시작했다. 왼편 에메랄드그린 앞 화단에 36 포기의 튤립이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제일 왼쪽에 있는 녀석은 꽃망울 윗부분이 붉어지다가 어제부터 조금씩 봉우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아직 1/10도 피지 않은 봉우리지만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4살의 어린아이가 수줍어서 배시시 웃을랑말랑하는 모습이다.

작년 11월경에 튤립 구근을 70여 개 구매하여 좌우측 화단에 심었는데 왼쪽 화단은 왕겨도 듬뿍 넣고 부직포도 덮어주고 초봄에는 낮에 부직포를 벗기고 밤이면 다시 부직포를 덮는 정성을 다했다. 오른쪽 화단에 심은 25개의 구근은 사실 싹이 올라올지 자신이 없어서 초봄에 일찍 부직포를 벗겼다. 그랬더니 오른쪽 녀석들도 모두 싹이 올라오기는 했는데 성장이 좀 느리고 잎사귀가 깨끗하게 올라온 것이 아니라 좀 뒤틀리며 표면도 울퉁불퉁하게 올라왔다. 추위에 엄청 고생하면서 싹을 틔우느라 몸이 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오른쪽 튤립에게는 조금 미안한 감이 있다.

정말 뿌듯하다. 내가 심은 튤립 구근들이 꽃을 피우다니. 다음 주에는 친구들을 불러 커피라도 한 잔 하며 내가 키운 튤립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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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밀린 빨래도 하고 시장에 나가서 작은 꽃들을 좀 더 사다가 오른쪽 삼각형 화단에 심어야겠다.

오른쪽 삼각형 화단은 철쭉이 심어진 언덕 아래 모서리에 3단으로 되어있는데 제일 위에는 집사람과 제법 큰 수국을 사다가 심어서 눈이 틔기 시작했고, 그 아래 중간층에는 내가 애지중지(?)하던 그 튤립 25 송이가 자라고 있고, 제일 밑단은 뭘 심을까 고민하다가 비워두었던 곳인데 어제 대형화분에 심다가 남은 흰색 데이지 10 포기를 임시로 여기에 심었더니 모양이 괜찮았다. 그래서 추가로 데이지 꽃 다른 색을 더 사거나 노란색 꽃을 사다가 심어볼 생각이다.

집 사람은 그냥 채소나 심으라고 하지만 채소 심을 틀 밭 3개가 있는데 농사를 더 짓는 것은 힘드므로 3각의 계단식 화단에는 꽃을 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집사람은 나의 안목을 믿지 못하므로 정원의 화단에 아무 색깔의 꽃이나 나무를 함부로 심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지금 집사람 없을 때 내가 좋아하는 꽃 몇 포기를 사다가 심어 놓으면 어쩔 수 없을 것이고 정 마음에 들지 않는 배치라고 생각되면 화분으로 옮겨 심어서 알아서 배치할 것이니 일단 내가 저질러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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