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에
추석이다. 강화에서 3번째 맞는 추석이다.
첫 해인 2023년에는 정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추석이 있었다. 울타리와 잔디만 심은 상태여서 볼만한 것이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거처를 마련하였다는 기쁨으로 우리 네 식구가 모두 강화에서 추석을 지냈다.
작년에는 지금의 상태와 거의 비슷하였지만 정원의 꽃들이나 틀밭의 채소들이 좀 빈약한 상태였다.
지금은 국화가 양쪽 화단을 가득 메우고 있고, 철쭉 언덕의 철쭉 사이사이에도 빈틈마다 국화가 심어져 있다. 왼쪽의 에메랄드그린 나무 앞 화단은 노란색 소국과 키 큰 대국이 어우러져있고 그 사이에 옆집에서 날아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진홍색 코스모스 한 그루도 있다. 1년생인 화초를 ‘그루‘라고 하는 것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이 코스모스는 나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가 굵어서 직경이 족히 2센티미터는 됨직하다. 굵은 대를 기준으로 작은 가지들이 많이 뻗어 나왔고 그 가지 끝마다 꽃과 꽃봉오리가 달렸다. 의도치 않은 코스모스가 국화화단에 자란 것이지만 그냥 뽑아버리기에는 아까워서 그대로 둔 것인데 이렇게 자라서 화단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또 작년과 달리 올여름에 목재 데크 앞에 길쭉한 미니 화단을 만들고 키 작은 백일홍을 심었더니 벌써 3개월째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작은 키에서 많은 잔가지들이 나와서 모두 꽃봉오리를 달고 나와서 쉼 없이 꽃을 피우고 있으니 정말 대박이다.
또 올해는 감나무에 감도 많이 달렸다. 작년에는 달랑 다섯 개의 감이 달려서 조마조마하면서 감나무를 지켜봤는데 올해는 년 초에 가지치기를 해 준 덕분인지 40개 정도 달렸다. 이 감나무는 강화도에만 자라는 장준감이라는 것인데 덜 익었을 때는 많이 떫지만 익으면 단맛이 기가 막히고 홍시의 육질이 아주 부드럽다. 내 상식으로는 감나무는 북한계선이 차령산맥을 따라 있어 북쪽에는 자라기 어려운 것으로 알았는데 조경업자가 강화도의 특별한 감나무이니 심으면 좋다고 추천해서 심었던 것이다. 그래도 반신반의하면서 심었고 겨울에는 밑동을 감싸는 월동준비도 꼼꼼하게 해 주었다. 봄에는 가지치기도 해서 올해는 작은 나무에서 많은 감이 달려 보기도 좋고 수확량도 많아 겨울에는 이 홍시로 즐거운 겨울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또 틀밭의 활용도를 좀 더 높였다. 작년에는 7월까지 오이, 토마토, 가지, 복수박 등 채소류를 수확하고 소임을 다한 줄기들을 모두 철거하였는데 올해는 오이, 토마토, 애플수박 등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다시 가을 오이 모종을 심었고 가지는 철거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오이는 9월부터 다시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가지는 속도는 좀 느리지만 계속 소출이 나온다. 지난달에는 정말 많은 가을 오이를 수확했고 지금도 2-3개의 오이가 달려있다. 기온이 차가워지고 일조량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래도 열매의 자라는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추석 때 신선한 오이와 가지를 따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어젯밤에는 현관 데크에 작은 화목난로를 놓고 잘게 쪼갠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우리 네 식구 모두 모여서 ’ 불멍‘까지 하면서 고구마, 가지, 애호박을 구워 먹고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편의점에서 마시멜로까지 사 와서 구워서 먹었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다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낯설었지만 딸아이가 구워주는 그 맛은 정말 달콤했다.
오늘 추석 달은 흐린 날씨로 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추석이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