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해 뜰 무렵에 잠에서 깨어난다.
해 뜨는 시간이 오전 6시 10분경이고 일몰은 오후 6시 50분 정도로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시원하고 하늘은 맑다.
봄부터 여름까지 그렇게 기성을 부리던 잡초들도 자라는 속도가 더뎌지거나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는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올라오던 잡초들이 8월 하순을 접어들면서 한 풀 꺾였고 특히 맥문동 심은 곳과 잔디밭에는 맥문동과 잔디의 기세가 더 좋아서 잡초들이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오지 못한다. 이제는 덜 뽑힌 큰 잡초들만 눈에 보이는 대로 제거하면 되고 작은 잡초들은 새로 올라와도 크게 자라지 못하므로 내버려 두어도 그렇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들도 한 달 보름 정도만 더 있으면 그대로 말라죽을 것이다.
올해 잡초와의 전쟁에서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뽑으면서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잔디밭에 잡초가 번성할 때에는 손으로 뽑는데 한계에 이르러 잔디만 남고 잡초만 죽이는 선택형 제초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그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잔디를 심은 첫해에 제초제를 사용하면 잔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말도 있어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봄에 장인어른과 장모가 일주일 가량 계속하여 손으로 집중적으로 뽑아주었고 가끔 집사람도 눈에 보이는 대로 제초작업을 도와준 덕분에 성공한 것이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편하기는 한데 미생물이나 토양에 좋지 않아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손으로 뽑는데 지치면 어쩔 수 없이 제초제의 힘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환경을 생각해서 화학적 약물 사용을 자제하지만 너무 심해지면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조금 아프면 참고 견뎌 내지만 좀 더 많이 아프면 약의 힘을 빌려야 하고 또 몸에 해로운 항생제 같은 약물은 피하는 게 좋지만 염증이 심하면 도리 없이 독한 약품도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모두 고귀하지만 지배하는 생명체의 의사대로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정원에는 내가 주체이고 내가 지배하는 것이므로 내가 너무 힘들면 제초제나 살충제, 살균제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친환경이나 유기농 방법을 먼저 사용할 것이고 점차 힘들어지면 좀 더 독한 농약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 정원의 꽃과 식물, 농작물을 죽일 수는 없는 것이므로 내게 유용하지 않는 미생물, 벌레, 잡초들은 어쩔 수 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전원생활을 하면서도 완전 친환경주의자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가 있거나 시급한 상황이 있다면 그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사이비 자연주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