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먹고 자전거 타기

by 프로스윤

좀 거나하게 점심을 해 먹고 자전거를 탔다.

평소에는 맨날 야채 볶음 정도로 해 먹다가 오늘은 집사람이 냉장고에 1인분씩 소분해서 얼려둔 닭고기로 매운 양념 닭갈비를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려면 아무래도 육류를 좀 섭취해야 하고 야채만 먹으면 영양이 불균형이 되고 그래서 자꾸 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라는 집사람의 주의도 있고 해서 신경 써서 고기요리를 하였다.

마늘, 양파, 감자를 올리브유에 살짝 볶고 여기에 닭고기를 넣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진간장, 맛술과 함께 볶아주다가 양배추를 좀 많이 넣고 당근과 표고도 추가로 넣어서 볶았더니 맛과 향이 훨씬 좋아졌다. 춘천에서 팔아도 손색없는 닭갈비이다. 닭갈비를 큰 접시에 담고 데운 잡곡밥 150그램을 추가로 얹으니 멋진 닭갈비 덮밥이 완성되었다.


집에서 자전거로 염하강을 따라 초지진까지 가서 초지대교를 건너 대명포구까지 가고, 거기서 김포평화누리 자전거길로 명명된 김포 자전거길을 따라 강화대교까지 갔다가 강화대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환상형 자전거 일주여행이다.

집 거실에서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인데 자전거로 강 이쪽과 저쪽을 아울러서 총 34킬로미터의 길을 완주한 것이다.

날씨도 환상적이고 풍경도 환상적이다. 차도 좌측으로 설치된 자전거길 위로 만개한 벚꽃 가지가 늘어져있고 느리게 가다가 한 번씩 손을 들어 벚꽃을 만져 보기도 한다.

광성보, 덕진진 로터리 주변에는 강화군에서 화단을 잘 조성해서 이른 봄꽃을 잔뜩 심어 놓았다. 제라늄, 구절초에다가 내가 씨앗을 뿌려서 그렇게 꽃 피우고 싶어 하는 리빙스턴 데이지 꽃도 만개한 채 그 형형색색의 봄 색깔을 뽐내고 있다. 나의 모종이 꽃을 피우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니 여기 와서 실컷 보고 간다.


집에서 약 10킬로미터, 40분가량 달려서 초지진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 간다. 초지돈대는 강화의 다른 돈대와 달리 모서리가 완만한 삼각형 모양의 아담한 돈대로서 모든 돈대의 경치가 다 좋지만 여기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에다가 우측으로 보이는 덩그렇게 놓인 초지대교와 잘 어울려 정말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초지대교에는 자전거길이 없어서 다리 옆으로 난 보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이 좀 흠이다. 자전거길이 없으면 차도로 가야 하지만 교통량이 많고 차들의 속도로 빨라 위험해서 도저히 차도로 건널 수는 없다. 보도도 사람들이 걸어서 건너지는 않으니 청소상태도 엉망이고 쓰레기들이 나뒹구는데 이것들을 피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려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무사히 초지대교를 건너 대명포구에 들어서니 일요일 오후라 시장과 포구 주변이 왁자지끌 하고 횟집에서 호객하는 아주머니들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지만 애써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함상공원까지 간다. 함상공원에서는 평화누리자전거길이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 표시 따라가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철책이 세워져 있고 그 철책길을 따라 계속 가다가 덕포진에서 석정천까지는 논밭길로 한참 가야 한다. 길바닥에 청색선으로 자전거 길임을 표시해두지 않았으면 찾아가기 어려운 길이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가면 된다.

석정천을 지나면 다시 해안선 옆 철책길을 따라 자전거길이 잘 나 있고 다니는 사람이나 차도 없어 정말 호젓하다. 왼편의 시야를 철책이 막고 있지만 철조망 사이로 풍경들을 다 볼 수는 있고 여기서 북쪽이 멀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달린다.


김포시사이드 골프장까지 오면 중간에 자전거 쉼터가 있다. 초지진에서 1시간가량 달렸으니 쉬어가야 한다.

1톤 화물트럭을 세워두고 노부부가 커피를 마시며 화물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다. 영감님은 70은 넘어 보이고 마나님은 그보다 아래인 듯한데 듣는 노래는 흘러간 팝송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던 영감님이 커피 한잔 마시겠냐고 묻는다.

따뜻한 보온병에서 물을 따르고 봉지커피 1개를 등산용 철제 컵에 타서 준다. 자기들이 마시던 컵이니 적당한 위치로 잘 마시라고 한다. 여분의 종이컵을 기대할 수는 없고 그들 부부가 입을 댔던 위치도 알 수 없지만 이상하다 거나 께름칙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감사할 따름이다.

보통 오후에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1시간 반 이상 자전거를 타고나서 잠시 쉬는 틈에 마시는 따뜻한 봉지커피 한 잔은 피하기 어렵다.

차에서 들리는 음악이 무슨 음악이냐고 물으니 그냥 좋아하는 유튜브 음악을 계속 털어놓은 것이고 핸드폰과 차량 스피커를 블루투스로 연결한 것이라고 한다.

저 나이에 '팝송', '유튜브', '블루투스', 모두 놀랍다. 게다가 1톤 화물트럭을 타고 인적이 드문 해안가 쉼터에서 노부부가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김포 마송에 사는데 일요일이면 자주 이곳에 와서 쉬곤 한다고 한다. 참 여유가 있는 부부다. 화물트럭을 타고 와서 팝송을 듣고 염하강을 감상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생경하다고 느끼는 나의 잘못된 편견을 깨뜨리게 하는 멋진 장면이다.


다시 페달을 계속 밟아 구 강화대교를 건넌다. 옛날 강화대교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단장하여 초지대교와 달리 정말 편하게 다리를 건너 갑곶순교성지까지 왔다. 그곳에서는 문수산과 내가 건넜던 초지대교까지 한눈에 보인다. 강화대교에서 집까지는 도로 옆 자전거 전용 도로이고 역시 좌측으로 벚꽃 가지들이 늘어져서 꽃잎들을 날리고 있다.

집 앞에 도착하니 잘 안 보이던 길고양이 반반이 녀석이 나를 반긴다. 오늘은 나를 반기는 생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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