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나 보자!

by 프로스윤


강화로 은퇴한 이후에 뉴스를 보기는 하지만 정치나 사회 기사는 별로 신경 써서 보지 않는다. 정치 기사는 너무 한심하고 보면 화가 나기만 하니 차라리 보지 않게 되고, 사회 기사도 안타까운 이야기, 절망적인 소식만 가득하여 애써 외면하게 된다. 즐겨보는 것은 스포츠 기사이고 그중에서 축구, 특히 해외축구 기사를 열심히 본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축구인 것 같다. 나는 어릴 때 골목에서 고무공으로 동네친구들과 매일 공을 차며 놀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축구를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해서는 축구부가 있었고, 국가대표 선수, 감독 중에서 내가 나온 고등학교 출신도 있기도 해서 자연스레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은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유럽 리그의 경기와 가끔 미국리그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보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실황중계를 보고 싶기는 하나 그렇게까지 할 열정은 없고 또 사실 축구 경기가 90분이나 되니 남의 나라끼리 하는 경기를 전부 보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통쾌한 골장면이나 멋진 선방모습 등만 편집하여 10여분 분량으로 내보내주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축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 나라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일까? 집사람 말에 의하면, 남자들은 원시시대 때부터 사냥을 하면서 지내서 뭔가를 몰고 다니는 사냥본성이 있는데 이것이 발현되어서 사냥감 대신에 둥근 공을 주니 열심히 차고 놀게 된 것에서 축구경기가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응 수긍이 가기도 한다.


축구 경기는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꽤 민주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강팀이 계속 강팀으로 있기도 어렵고 강팀도 약체에게 질 수도 있다. 그런 승부의 변경 가능성 때문에 관중은 열광한다. 승부 자체가 너무 우연성에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그 실력을 조직력과 전술, 그날의 컨디션 등을 최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언제든지 약팀에게도 패할 수 있다.


민주주의도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작동되어야 하지만 항상 다수가 옳은 것은 아니고 다수가 소수를 설득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할 때 그 민주주의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축구경기에는 이런 민주적 요수가 많이 스며들어있으며 아주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구단이나 감독보다는 선수들에 의하여,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서, 엄격한 룰에 따라 경기가 진행된다. 각 선수의 위치에 따라 역할이 분명하고 수비수가 골을 넣기도 하지만 그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수비나 골키퍼가 상대의 공격이나 골을 막지 못하고 공격을 하다가 - 치명적인 역습에서 골을 먹는 사례에 보듯이 그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민주주의 원리로 말하면 국민주권, 국민자치, 입헌주의, 권력분립이 축구경기에서는 분명하다. 관중과 선수를 외면하는 구단이나 팀은 몰락하고, 경기규칙에 위반하는 선수나 과도하게 집착하여 질서를 어지럽히는 관중은 퇴장하거나 입장이 불허되고, 잘 정비된 전술하에 각 선수의 역할을 충실하게 발휘하게 하는 훌륭한 감독하에 경기에 나서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그냥 축구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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