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 아침 7시 18분.
30분 전부터 잠에서 깨어 뒤척이고 한참 동안 아이패드로 페이스북 글 등을 보다가 드디어 털고 일어나 거실로 나와서 밖을 보니 아직 사위는 깜깜하다. 저 멀리 문수산은 그냥 커다란 시꺼먼 물체로, 그 앞의 염하강은 허옇게 가로지르는 띠로 보일 뿐이다. 그래도 동쪽 오봉산 위로는 벌겋게 달아올라 그곳으로 해가 떠오를 장소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원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한 무리의 기러기 떼들이 뭐라고 재잘거리며 창문 앞을 비껴가고 비가림 포도밭 앞의 신작로에는 7시 반이 넘었음에도 지나가는 차량조차 거의 드물고 어제저녁에 켜진 가로등 두 개는 여전히 아래를 비추고 있다.
어제는 새해 첫날이라고 아이들이 오고 집사람도 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거실의 스크린 커튼을 내려서 빔프로젝트로 좀 철 지난 시리즈물을 함께 봤다.
저녁밥은 내가 3개의 요리를 직접 하고, 큰 딸이 1개의 요리를 하여서 오랜만에 진수성찬(?)으로 저녁을 먹었다. 집사람과 둘이 있을 때에는 보통 요리 1개만 하고 냉동한 밥을 데워서 먹는 것이 보통인데 어제는 내가 작정하고 3개의 요리를 하였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우려서 두부와 양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계란물을 풀어서 두부계란국을 끓이고, 팽이버섯에 계란 푼 것을 부어서 전을 부쳤으며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표고버섯 야채볶음을 하였다. 표고버섯과 애호박, 양파를 넣어서 볶다가 그 위에 청경채를 넣고 살큼 데치는 방식으로 하였는데 채식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잘 먹어서 내가 자주 하는 요리이다. 딸아이가 만든 오이, 토마토 샐러드와 함께 푸짐하게 먹었고 접시에 음식 한 점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거기에다가 지인이 보내준 고령 딸기까지 디저트로 먹었으니 최상의 식사를 하였다.
이렇게 가끔 가족이 강화도에 모여서 식사를 할 때면 즐겁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끔 이곳으로 온다. 아버지가 이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귀찮은 걸음에 서툰 운전 솜씨로 1시간 반 가량 운전해서 강화도로 오는 것이다. 딸아이들은 오늘 오전에 다시 서울로 가고 나와 집사람은 좀 더 함께 머물 것이고 길고양이 쫄보네 식구들은 집사람 덕분에 좀 더 푸짐한 식사들을 먹게 될 것이다.
나는 길고양이들에게 맨 사료만 주거나 가끔은 사료에 참치캔을 좀 섞어서 주기도 하지만, 집사람은 멸치 국물이나 고기국물을 따뜻하게 데워서 사료를 버무려주거나 생고기며 온갖 간식도 이 길고양이들에게 수시로 가져다준다. 심지어 새끼 고양이들인 팡팡이와 딱지는 거실로 들어오게 해서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계속하여 간식도 준다. 나는 길고양이를 집안으로 잘 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야생이고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들이므로 야생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현관 앞 데크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그 위에 부직포를 덮고 다시 박스로 외부를 감싸고 그 위에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두꺼운 보온재를 덮은 고양이 집을 만들고 바닥에도 나무로 만든 팔레트를 깔고 그 위에 두꺼운 박스를 덮어서 아래의 찬공기를 차단하였다. 이렇게 만든 고양이집 안에는 아이들이 사 온 푹신한 고양이 방석과 스티로폼과 천으로 된 스크래쳐, 길고양이용 소형 집을 별도로 넣어주었고 어제는 충전배터리로 가열이 되는 온열 매트까지 넣어주었다. 이쯤 되면 겨울 보온 장치로는 최선을 다해서 해 준 것이다. 길고양이에게 너무 정성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나를 찾아오는 녀석에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준다. 생후 4개월 밖에 안된 새끼 고양이들은 거실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잠깐 동안 놀게 하는 것은 괜찮지만 계속하여 거실에서 살게 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 나의 고양이에 대한 방침이었고 집사람도 동의했다. 아이들은 이 추운 겨울에 어린 고양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좀 가혹하다고 하였지만 나는 이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다. 길고양이를 입양하여 그 책임을 내가 다하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그렇다면 원래 그들이 살고 있는 방식대로 살게 해주는 것이 맞고 조금의 도움은 내가 줄 수 있지만 '너네들 묘생은 너네들이 살아가야 할 것들이니 스스로 알아서 잘 살아야 한다'.
이제 한 30분 정도 지나면 따스한 햇살이 현관 앞 데크를 비출 것이고 그러면 길고양이 쫄보와 그 3마리 새끼들도 내가 만들어 준 집안에서 나와서 햇살을 맞으며 뛰어놀 것이다. 길고양이가 있어서 좋다. 그 새끼 3마리는 정말 귀엽다. 이렇게 또 새해는 이튿날이 시작된다. 즐거운 강화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