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잘 만나는 것은 큰 복이다
최근 들어 가장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 6시 30분이다. 출근할 때는 벌써 일어났을 시간이지만 강화로 오면서 기상시간이 1-2시간 뒤로 늦추어졌는데 오늘은 9시 무렵에 개화역으로 집사람 마중을 가야 하기 때문에 좀 서둘러 일어났다.
간밤에 제법 눈이 많이 와서 약 5센티미터 정도는 쌓인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대문에서 큰길 입구로 나가는 좀 가파른 내리막길을 빗자루로 눈을 쓸었음에도 발등이 덮일 정도이니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7-8센티미터는 족히 됨직하다. 내리막길이라 눈을 치우지 않으면 차가 미끄러질 염려가 있어 눈이 오면 항상 신경이 쓰인다. 내가 집에 없을 때에는 옆집 사장님이 송풍기로 우리 집 길까지 치워주었다. 처음에는 사장님이 치우는 것을 몰랐는데 CCTV를 확인해 보니 사장님이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눈 치우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이른바 습설이라서 무겁고, 빗자루로 한 번 쓴 이후에 다시 내린 눈이라서 대나무 빗자루로는 쓸리지도 않는다. 창고에 있는 눈 치우는 가래를 이용해야 가능하다. 눈 치우는 가래는 군대 제대한 이후로 처음 잡아본다. 30여분을 가래질, 빗자루질을 해서 겨우 차가 지나갈 정도의 비탈길 눈을 치웠다. 옆집까지는 힘들고 아랫집 입구 정도까지만 대충 치운 것이다. 이렇게 얼어붙은 눈은 송풍기로도 치울 수 없다. 그래도 눈 치우는 가래와 대나무 빗자루가 있었기에 이나마 쉽게 끝낼 수 있었지 그런 도구가 없었더라면 어림도 없고 꼼짝없이 차를 세워두고 가야 할 판이었다.
애초에 이 집을 샀을 때 매도인은 창고에 있던 대나무 빗자루, 눈 치우는 가래, 망치, 낫, 호미, 삽 등 온갖 도구를 전부 공짜로 넘겨주고 갔다. 창고 안의 여러 가지 도구들을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는데 이것을 본 집사람은 매도인이 정말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 같다고 했다. 집의 수리 상태도 만족스럽고 가격도 적절(내 생각에 그렇다는 것이고 객관적으로는 잘 모르겠다)했으며 이웃사람도 다 괜찮은 사람이어서 이곳 강화 생활이 괜찮게 시작된 것이다.
힘들게 눈을 치우고 나니 시장해서 어제 불려둔 서리태를 갈아서 또 두유를 만든다. 눈 온 날 아침 따끈한 두유 한잔은 행복이다.
이런 행복을 준 이웃과 전 집주인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