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집 주변과 정원을 감시하는 CCTV 화면을 보니 제법 큰 개 2마리가 대문 옆 울타리 밑 공간으로 들어와서 데크와 잔디밭을 훑고 다니고 있었다. 2-3개월 전에는 집과 창고사이의 공간으로 이 녀석들과 동네의 낯선 개 몇 마리가 들어와서 길고양이 사료며 집 주변을 뒤져 놓아서 집사람이 당근 마켓에서 얼른 칸막이를 구매하여 그 통로는 막았다. 그 후 정원과 집 주변은 평온했는데 어젯밤 2시 14분에 또 침입한 것이다. 자세하게 보니 이제는 집과 창고 사이의 통로 공간은 막혔으니 못 들어오고 경사진 길을 따라 설치된 울타리와 길 사이의 삼각형 모양의 빈 공간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그 공간으로 2마리의 개가 들어온 것이다.
이웃집 사장님에게 누구 개인지 물어보니 마을 입구 어떤 집 개인데 밤이면 풀어두는지 저절로 풀린 것인지 모르지만 가끔 이들 개가 돌아다니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밤에 정원에 나왔다가 큰 개를 만나면 위험하기도 하고 또 자주 오는 길고양이에게는 아주 치명적일 수 있어 이 침입자를 막아야 하는데 그 소유자에 대하여 나는 면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찾아가서 당신네 흰둥이 두 마리가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우리 집에 와서 길고양이 사료를 싹 먹고 갔다고 고자질(?)하거나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서울에서 온 이상한 놈이 길고양이 사료 좀 먹었다고 항의하러 왔었다고 온 동네에 소문 날 수도 있으니 그냥 내 집 주변을 잘 막는 수밖에 없다.
개 덕분에 오랜만에 큰 공사(?)를 했다.
산 밑에 있던 경계석 10여 장을 대문과 울타리 부근으로 옮겨서 울타리와 대문의 빈틈을 경계석으로 막는 작업이다. 전문 일꾼이 하였으면 10분이면 끝날 일이지만 초보 서생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지난번 정원 설치공사를 하면서 남은 경계석을 집 뒤 산밑에 쌓아두었는데 이 경계석 1장의 무게만 대략 15 킬로그램은 족히 된다. 작년 정원 공사 이후로 한 번도 쓰지 않던 짐수레를 끄집어내어서 경계석 2-3장씩 몇 차례 나르고 경사진 길과 울타리 사이의 공간을 메우는 작업이 결코 쉽지가 않다. 요리조리 들었다 놓았다를 수 차례 반복하여 겨우 경계석으로 틈을 메웠다. 고양이는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개는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나는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집에서 개를 키웠다. 내 기억 속의 개는 3마리다.
국민학교 4학년 때쯤 7-8개월 동안 똥개를 키웠는데 정말 영리하고 나하고 친했다. 학교 갔다 오면 매일 같이 안고 뒹굴고 하던 캐리라는 녀석인데 어느 날 집에 오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말씀이 몸이 약한 삼촌이 보신용으로 드셨다고 했다. 삼촌은 우리 뒷집에서 살았는데 그다음부터 나는 삼촌집에는 잘 가지 않았다.
그 후 바로 몇 개월 후에 다시 똥개 1마리를 가져와서 길렀는데 이 녀석도 정말 똑똑하고 잘 생겼었다. 아버지는 이 녀석은 똥개치고는 아주 괜찮은 녀석이라서 면소재지 영대리에 있는 지인의 순종 세퍼더와 교배를 시켰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려고 한 도둑(?)이 쥐약 든 밥알을 이 녀석에게 던져 주어서 임신까지 한 상태의 이 잘 생긴 똥개는 죽고 말았다. 이 녀석 이름이 해리인데 죽던 날 밤에 아주 심하게 짖어서 작은 형은 몇 차례 밖에 나와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어서 괜히 해리가 달을 보고 짖거나 쥐새끼를 보고 짖는 것이라고 개만 야단쳤다. 그러길 1시간쯤 하다가 해리의 신음 소리가 들렸고 쥐약 먹은 것임을 알고 형은 바로 빨래 비누를 갈아서 해리에게 먹이고 토하게 하였으나 결국 죽었다. 다음 날 해리의 배를 갈라보니 배속에는 6마리의 새끼가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지서에 신고하였고 경찰관이 와서 집 주변을 살피고 샅샅이 확인한 결과 쥐약이 든 밥알이 울타리 밖에 흩어져 있었고 개 집 앞에도 같은 밥알이 있어서 그 쥐약 든 밥을 먹고 죽은 것임을 알았다. 약을 던져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었다. 도둑이었는지 우리 집에 앙심을 품은 자였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작은 형은 화가 나서 바로 다음 날 사천장까지 가서 덩치가 송아지 만한 셰퍼드 순종을 한 마리 사가지고 왔다. 이 셰퍼드는 이름이 워리였는데 나이도 너무 많았고 잇몸이 올라가서 누런 이가 빠지기 직전이었지만 짖는 소리는 우렁차고 무서웠다. 다 큰 놈을 데리고 와서 나와는 친해질 시간도 없었고 풀어놓을 수도 없어서 작은 형이 가끔 줄을 잡고 산으로 사냥(산책이 맞겠다)을 가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곧 2-3달 후에 빚쟁이들의 빚잔치 때에 우리는 논밭을 모두 잃었고 이 워리도 어느 채권자가 데리고 갔다고 했다. 빚잔치 때 나는 채권자들을 피해서 진양군에 있던 큰형과 셋째 형의 유리가게에 가 있었는데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이후로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고기도 물론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