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변호사를 그만두었나?

나를 찾아 나서는 길

by 프로스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왜 변호사를 그만두었냐고.

나는 알만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를 금년 1월 1일부로 그만두었다. 작년인 2023년 1월 1일에 소속 로펌 내 그룹장이라는 관리자 지위를 먼저 그만두었고 그 후 1년 만에 다시 에쿼티 파트너(EP)로서의 지위도 내려놓고 이곳 강화도로 왔다. 내가 속했던 로펌의 형사그룹은 소속 변호사만 50여 명이 되는 꽤 큰 조직이고 나는 3년 3개월 간 그룹장을 맡았다. 로펌의 EP는 통상 새내기 변호사가 15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될 수 있고 매년 연말 결산시에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구성원 변호사로서 대형 로펌에서도 60-7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로펌 변호사의 정년도 3년 이상 남아있었고 원한다면 고문 등의 명칭으로 더 오래 파트너 변호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이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는 물론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도 그만두었다. 다들 그룹장이나 EP가 되고 싶어 하는데 왜 그만두는 것이냐고 계속하여 묻고 의아해한다. 지인들은 나의 건강이 안 좋은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건강하고 특별한 문제는 없다.

내가 로펌을 그만둔 것은 ‘돈 버는 변호사’를 하기 싫어서이다.


나는 약 2년간 스스로에게 ‘당신은 왜 변호사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여왔다. 나의 대답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라는 이외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주변 변호사, 후배 변호사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였지만 그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아마 다르게 대답할 수 있는 변호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사회 정의와 약자를 위해 변호사의 길을 가는 사람도 간혹 있겠지만 대형 로펌은 그런 사람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어서 스스로에게 ‘ 돈은 왜 버는가?’하고 질문하였다. 그 대답은 언제나 ‘필요성’이어야 했다. 곧 ‘돈을 쓸 데’가 있으니까 돈을 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쓸 데없이‘ 돈을 번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의 나는 딱히 돈을 쓸 데가 없다. 나에게는 집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좋은 곳은 아니지만 골프장 회원권, 콘도미니엄 회원권도 있다. 물론 이 회원권들은 비싼 회원권이 아니어서 좀 멀고, 부킹이 잘 안 되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2-3회씩은 이용이 가능한 회원권이다. 나와 집사람의 생계는 연금과 지금까지 저축한 약간의 돈으로 그 유지가 가능할 것이어서 생계를 위하여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은 없다. 딸 둘은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는데 각자 자기의 일을 찾아서 직장을 다니거나 적자를 내고 있지만 개인 사업도 하고, 부족한 돈은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그들의 생계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내게 더 많은 돈이 생기면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차를 타거나 더 좋은 골프장에서 운동하거나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좋고 더 많은 여행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 결혼 비용이나 아이들 주택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정한 생계를 넘는 사치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과연 돈을 쓸 곳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런데는 돈을 쓸 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돈을 쓸 데가 없다고 생각했고 돈을 벌기 위한 변호사 업무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돈을 버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어떤 이는 변호사가 무슨 힘이 드냐고 하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힘들지 않은 일에 누가 많은 돈을 지불하겠는가? 이제는 힘든 일은 하기 싫다. 그래서 돈 버는 변호사 업무를 접고 강화도로 왔다.


돈을 쓸 곳이 있어서 버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쓸 곳’이 없는데도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다치는 사람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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