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에는 나물을 먹어야
정월 대보름날이다.
지인들 과의 몇 건의 약속 때문에 서울에 왔는데 엊저녁부터 집사람은 나물 등을 삶고 오곡밥을 지을 재료 등을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어머니가 계셨을 때에는 어머니는 정월대보름에는 아홉 가지나물을 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을 하셔서 집사람은 그 나물 만드는데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나물을 제법 잘 만들고 가짓수도 꽤 많아졌으며 채소를 좋아하는 나와 딸들도 나물반찬은 잘 먹는다.
나도 강화에 있으면서 나물을 만들어볼까 가끔 생각을 해서 시도도 해보았지만 그 나물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싶지가 않았다. 나물용 채소를 어느 정도로 익힐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고 적당하게 익혀야 하는데 잘못하여 많이 삶아버리면 물컹거려서 먹기가 곤란하고 간 맞춤도 어려워서 청경채 나물을 시도해 본 이후로 나물 만드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나물이라는 요리는 중식, 일식, 양식의 야채 요리에는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조리방식이라 나물을 먹을 때마다 각 나라의 문화의 차이와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중식의 조리는 주로 채소를 기름에 볶은 다음 그 위에 온갖 양념, 향신료 등을 첨가해서 만드는데 이 볶는 과정이 우리의 나물을 삶는 과정과 달라 그 맛이 나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중식당에 가면 좋아하고 자주 먹는 유채볶음도 이와 같이 만든다.
반면에 서양식 샐러드는 거의 날 채소를 씻어 그 위에 소스를 뿌리거나 버무려 먹는 것이어서 나물과는 또 다르다. 이 샐러드는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나도 정말 좋아했다. 집사람을 만나서 처음 처가를 방문했을 때 내가 양상추 샐러드를 잘 먹는 것을 보고 거의 20년 가까이 장모님은 항상 양상추 샐러드를 만들어 주셨다.
요즘도 작은 딸은 항상 샐러드를 최고의 음식으로 치지만 나는 나이가 드니 날것보다는 조금은 익힌 것이 더 편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나물에는 자신이 없다 보니 온갖 야채를 웍에 넣고 볶는 야채 볶음을 즐겨해 먹는다. 양배추, 감자, 당근 등을 함께 넣고 볶은 다음에 배추나 청경채, 파 등 푸른 채소를 간장, 청양고추, 표고버섯 등과 함께 넣고 살 큼 볶으면 먹을 만한 야채볶음이 된다. 집사람도 나의 이 야채볶음 실력을 인정해 준다, 먹을 만하다고.
그래도 오늘 같은 정월 대보름에는 나물이 땅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