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생활
어제 저녁으로 집사람과 구워 먹은 양념갈비 탓인지 속이 약간 더부룩해서 일찍 잠에서 깨었다.
6시 30분 무렵이라 먼동이 트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염하강, 문수산은 흐릿한 어둠 속에서 용진진을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2주 전에 서울 집에서 20년 전에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를 가져와 거실에 설치해서 수시로, 마음 내키면 용진진, 염하강, 문수산을 찍는데 몇 컷을 계속해서 찍는다. 이어서 1주일 전에 씨앗을 뿌린 알리앗이며 3일 전에 씨앗을 뿌린 맥문동, 리빙스턴 데이지 꽃씨 모종 트레이에 분무기로 물을 준다. 사진 찍고, 꽃씨 모판에 물 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거실 안 통유리 바로 앞에 7개의 모종 트레이를 놓고 카메라 삼각대까지 설치하였으니 거실 모양이 좀 무질서하고 복잡하다. 모종 트레이의 상토 부스러기들이 분무기 바람에 조금씩 날려 바닥에도 흙먼지가 쌓이고 카메라 삼각대가 통유리 한가운데를 떡하니 막고 있으니 어수선하고 답답한 느낌이 난다. 집사람과 차를 마시면 항상 거실 소파에서 용진진을 바라보며 마시는데 이들 도구들을 가져다 놓고 나서 집사람은 그냥 식탁에서 마시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저걸 치워야 하나 고민되지만 염하강과 용진진, 문수산의 그때마다 다른 모습을 담아봐야겠다 는 생각, 나 스스로 꽃씨를 뿌려 모종을 틔우고 이를 화단에 심어서 만개한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을 보고 싶다는 내 욕심이 아직 있으니 좀 더 견뎌 보자.
지난번에 뿌린 캘리포니아 블루벨 꽃씨 모종처럼 실패할 수도 있어 20여 일만 지나면 싹이 잘 트는지 성패가 드러날 것이고, 카메라 메모리 용량도 곧 차서 컴퓨터로 확인하게 되면 내 생각과 촬영된 영상이 전혀 달라 계속 촬영하기를 포기할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취미활동을 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아서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딱히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진촬영, 등산, 낚시, 자전거, 테니스, 탁구, 골프 등 여러 종목들을 해봤다.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카메라(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자동카메라), 온갖 다양한 렌즈, 야간 촬영용 플래시(스피드라이트), 삼각대(트라이포드, 모노포드) 등 많은 장비들을 샀다. 카메라 보관용 셀러까지 사서 내 방에 두었더니 딸의 친구들이 어릴 적에 놀려와서 이를 보고는 카메라 냉장고까지 있는 집은 처음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답시고 큰 딸 돌 사진도 집에서 온갖 조명을 설치하고 집사람에게 반사판을 잡게 해서 찍었으나 영 시원치 않아 제대로 된 큰 애 돌 사진이 없다고 집사람은 가끔 투덜대기도 한다. 인터넷 사진 동호회 모임에도 참가하고 전문 모델을 찍는 촬영장에 몇 번 가기도 했지만 예술적 소질이 별로 없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 무렵에 내가 사 둔 필름카메라, 슬라이드 필름을 비롯하여 디지털카메라 렌즈, 스피드라이트는 지금도 딸이 사용하고 있다.
통영과 제주에 근무할 때는 가끔 낚시를 갔다. 방파제에서 나는 낚시를 하고 아이들은 롤러브레이드를 타면서 집사람이 싸 온 김밥으로 저녁을 먹으며 석양을 감상하기도 했고 아이들을 텐트에서 재워가면서 밤 12시까지 밤낚시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조과는 영 형편없었다. 그냥 석양을 보고 밤공기를 마시면서 즐겼다.
등산도 좀 다녔다. 대학교 때는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월악산 등 큰 산을 다녔고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산정에 잠자는 날이 많았다. 그 후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같은 부 동료들과 집 근처 청계산만 10여 년을 다녔는데 지금은 그만 둔지 오래되었다. 테니스도 3-4년을 열심히 쳐서 검찰청 테니스 코트에서 주말 새벽마다 모이는 테니스회 총무까지 하였으나 실력, 체력 부족으로 그만두었고, 탁구도 4-5년을 쳤으나 여전히 하수일 뿐이다. 골프는 변호사 개업한 이후 제법 자주 필드에 나갔으나 운동 신경이 없어 영 스코어가 늘지 않는다. 아마 몇 년 지나면 그만두겠지.
그러고 보니 뭔가 제대로 진득하게 해 본 것이 별로 없다.
강화도 생활은 좀 진득하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