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5시가 채 안된 시간에 아랫집 사장님이 밭에서 사람들과 일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밭을 가는 관리기 소리며 비닐멀칭을 하면서 소통하는 큰 소리들이 조용한 새벽을 깨운다. 도시에서 옆집이나 윗집에서 들리는 소음은 짜증스럽지만 여기서 이런 소리들은 전혀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건강한 농촌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 여름에는 해뜨기 전에 논밭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집사람과 나도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정원으로 나와서 꽃과 나무의 상태를 살피고 뙤약볕에 약한 국화나 미니 백일홍에 물을 주고 낮의 태양볕에 타버린 진잎을 제거해 준다. 우리보다 먼저 일어난 길고양이 세 마리도 아침에는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덥지도 않고 좀 이르기는 하지만 아줌마가 신경 써서 비벼준 사료도 먹었으니 텐센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는 보통 가을 채소용 배추나 무 씨앗을 뿌린다. 지금 씨앗을 뿌려서 약 3개월가량 지나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배추와 김장용 무를 생산한다. 아랫집과 옆집에도 모두 김장 배추와 무를 심기 위해 오늘 새벽부터 부산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내 틀밭에 있는 오이, 가지, 고추, 애플수박 이후의 작물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나도 지금쯤 이런 작물의 수확은 대충 접고 새로운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지만 나의 세 평 틀밭에서는 아직 오이, 가지, 고추, 애플수박이 자라고 열매를 생산하고 있어서 그런 가을 채소를 심을 수가 없다. 오이는 이제 끝 물이다. 6개의 모종을 심었었는데 지금까지 수 십 개의 오이가 달려서 이 여름 동안 정말 싱싱한 오이를 마음껏 먹었다. 다 먹지 못한 것은 냉동시켜서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가지 모종에서는 열매가 좀 늦게 열렸지만 지금부터 한창 생산을 시작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우리 식구 먹을 만큼을 계속 딸 수 있을 것 같다. 고추도 4개의 모종에서 충분히 열렸다. 풋고추를 많이 먹지는 않으니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따고 나머지는 그냥 붉게 물들도록 내버려 둔다. 요리할 때는 홍고추와 푸른 고추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익는 속도에 따라 그때그때 따서 먹으면 된다. 2개의 모종을 심은 애플수박은 5개의 수박이 달렸다. 1개는 정말 커서 핸드볼 공만 하고, 나머지 1개는 그보다 작으며 2개는 테니스 공만 하고, 제일 막내는 탁구공만 하다. 가장 큰 놈은 열매를 맺은 지 1달이 된 듯하고 열매를 달고 있는 줄기의 솜털이 닳아서 거의 익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 녀석은 오늘 따서 서울로 가져가서 딸들과 함께 먹어볼 예정이다. 다소 덜 익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내가 키운 수박을 함께 먹어보는 그런 기회가 쉽지 않다. 새로 직장을 찾아서 출근한 지 일주일을 보낸 큰 딸을 위하여 직접 키운 수박을 따서 파티라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세 평의 틀밭은 나에게 정말 즐거운 여름을 선사해 주었고 아직도 많은 선물을 하고 있다.
아랫집 사장님 덕분에 아름다운 여름 새벽을 느꼈다. 때마침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해가 용진진, 염하강, 문수산, 오봉산을 너무 멋지게 그렸다. 참으로 감사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