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외국계 직장인의 운동에 대한 고찰
운동에 다시금 흠뻑 빠져든 지는 어언 1년 반. 집 앞 바레 스튜디오가 생기고나서부터다. (바레: 발레바를 사용하여 발레, 요가, 필라테스에서 파생된 동작들을 빠른 비트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전신 근력 운동)
우연히 수강하게 된 바레 수업에서 "아 이거지!" 하는 모먼트들이 있었는데, 그때부터였던가.
매일 판교에서 여의도로 왕복 3시간 출퇴근하는 고단한 일과의 마지막에는 바레를 꼭 껴넣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리듬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던 생각들은 단순한 결론으로 이르렀고,
강사 선생님들과 에너지를 교류하다 보면 힘들고 속상했던 기분도 눈 녹듯 녹기 십상이었다.
거울 셀카로 수업을 마무리할 때면 마치 오늘 하루 내가 큰 것을 성취한 것과 같은 위안과 뿌듯함을 주었다.
물론 운동이 처음은 아니었다.
20대 초반에는 웨이트에 한창 빠져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해 본 적도 있었고, (당시 젊은 여성이 웨이트를 취미로 하는 것 은 꽤 이례적이었는데, 좋은 스승님을 만나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해 본 적이 있다. 다만 매일 집-학교-헬스장을 쳇바퀴처럼 반복하는 삶이 문득 내가 지향하는 행복점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중도 그만뒀다.)
운동하는 언니들의 멋짐에 빠져들어 굳이 선릉에 있던 제이제이 언니의 살롱드핏까지 다니기도 했었고, 몸의 움직임에 대한 열정으로 교내 스포츠 여러 강의를 들으며 스포츠 산업학 복수 전공 학위를 따기도 했었다.
원체 운동을 애정해서 그런 걸까. (물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ㅎㅎ..)
바레로 인해 내 삶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체력에 좋지 않아 퇴근하면 기절하기 바빴던 나도 어느 순간 체력이 좋아짐을 느끼고, 평소 예민하게 반응했을 일에도 비로소 무던해지고 덤덤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두렵고 속상한 순간들이 종종 있는데, 누구보다도 이를 침착하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겼달까.. 체력을 단련시킬수록 내면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하루 '운동'이 주는 힘은 막강하다. 운동을 통한 작은 성취는 소소하게 모여 나의 자존감을 쌓아 올렸고, 이는 본업에 대한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하루하루 나의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운동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매일 저녁 땀을 흘리며 느끼는 나의 진심이다.
주말에는 나 홀로 전국에 있는 바레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드롭인을 즐기고 있는데, 나만의 기준으로 바레 스튜디오의 특색을 비교하고는 것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다. 바레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운동인만큼 스튜디오&강사마다 특징이 분명한데, 이는 단언컨대 맛집&카페 투어보다 더욱 큰 성취와 재밋거리가 있다. 특히 운동과 가까워지면서 나의 일상을 해외에서도 연장선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도 현지인들과 운동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게 얼마나 신기한 것인가.
사회인에게 운동은 선택 아닌 필수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들 속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까. 하루하루 멍하니 흘러 보내는 시간 중 30분만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자. 그것이 꼭 바레나 헬스장에서의 쇠질일 필요는 없다. 명상일 수도 있고, 집 앞 산책일 수도 있다. 운동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이 건강한 몸이든, 건강한 마음이든 우리에겐 정직하고 값진 결과를 선물한다. 내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Healthy mind comes from healthy body! 그러니깐 우리 운동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