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정과 고양이

by 염동연

봄이 다가오고 있어서 정원을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원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정원사들에게는 이때 쯤이면 마치 디데이가 다가오는 것처럼 서둘러서 해야하는 작업들이 있다. 우선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봄이 오기전에 적당한 비료를 줘야 하고, 유황합제를 뿌려주고, 해충들이 번성하지 않도록 미리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그리고 장미를 키우는 나는추가적으로 작년에 자랐던 장미가지들을 전정하고, 꽃이 피었을때를 상상하면서 구조물이나 벽에 가지를 유인해야 한다. 봄이 완전히 당도해서 가지에서 새순이 피어나기 전에 해야하는 일들이다. 비료, 유황제처리, 살충제도포, 전정, 유인 적어도 네가지는 꼭 해야한다. 아무리 게으른 정원사일지라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일주일 전이다. 처음에는 비료나 유황제를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날이 따뜻할 때 마당에 나가보았다. 그런데 땅에는 작년 주변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서 흙이 밖으로 드러나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료, 유황제, 살충제를 뿌리기 전에 청소를 먼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청소를 하려고 하니, 그후에 가지전정과 유인을 하게 되면 장미꽃에 붙어있는 나뭇잎들을 다 떼어내고 전정된 가지들도 주워야 하기 때문에 청소를 2번 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론이 났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장미가지에 붙어있는 나뭇잎들을 떼어내고 전정하고 유인하는 일이다. 그 후에 낙엽 청소를 하고, 그리고 흙이 마침내 밖으로 드러아면 비료, 유황제, 살충제도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소는 1번만 하면 된다…잠깐만, 내가 청소를 이렇게 싫어했었나? 싶지만, 역시 2번보다는 1번이 낫다.


그래서 장미가지에 붙어있는 작년의 마른나뭇잎들을 떼기 시작한 것이 3일 전이었다. 장미는 덩치가 꽤 크고 날씨가 좋으면 가지를 마구 뽑아내는 속성수이기 때문에 나뭇잎도 어지간한 정도를 넘는다. 그것을 알아서 떨구어 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장미는 잎이 완전히 끝까지 말라도 가지에 굳건하게 붙어있다. 어떤 것은 건드리면 바스라지듯 톡하고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끝까지 떨어지지 않아 손으로 잡아당겼을 때 결국 살을 뜯어내는 거스러미처럼 가지의 표피를 함께 뜯어내고야 마는 잎들도 있다. 그렇다보니 미국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나뭇잎을 일괄적으로 떨구기 위해 겨울에 유황제제를 뿌리기도 하고, 나같은 게으른 정원사는 미루고 미루다가 유황을 뿌릴 수 없는 봄이 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손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안된다. 마른잎을 달고 새순이 나오고 꽃이 피면 그 지저분한 모습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지금 나는 장미가지를 전정하고 유인하는 작업, 즉 봄이 오기전에 하려고 했던 일련의 작업들 가운데 첫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간과 품이 몹시 드는 일이다. 빨리 하고 싶지만 나무 하나하나에 맞춰 생각을 하면서 해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하지만 빨리 하려고 한다고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가 몸살이라고 난다면 며칠이나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루하루 정해진 양의 일을 하되 너무 많이 일하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 갑자기 눈이 많이 내리고 그 장막을 걷어내듯 햇빛이 따뜻한 날이었다. 하지만 찬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을 많이 하지는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일을 하기 위해서 빵에 버터를 3조각이나 발라먹고 지방을 잘 채우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지만 몸의 피로도가 빨리 찾아왔다. 집안에 들어오니 우리집 둘째고양이 에바가 항아리뚜껑으로 만들어진 수반에서 서성인다. 물이 거의 말랐다. 새로 물을 떠주랴? 물어보니 놀랍게도 에바가 대답을 했다. 물을 새로 갈아서 먹으라고 말하면서 이번에도 대답을 해줄까 기대를 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고양이는 기대를 하지 않을 때 사람을 놀라게 해주고, 기대를 할 때 역시나 하는 아쉬움을 준다. 찰방거리며 물을 마시는 에바를 보고 에바의 수염이 물에 닿아 작은 송사리 같은 그림자들을 만들어져 물을 마시는 입 주변에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머릿 속 소리들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았다. 에바가 나에게 알려주길, 세상은 거기에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tempImagei70v3C.heic 둘째 고양이 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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