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신이 감탄할 만한 정원

by 염동연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추워서 오늘은 정원일을 하지 않았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정원사에게 반가운 존재이다. 한국의 겨울은 보통 건조하고 가문 편인데 눈이 내리고 나면 며칠에 걸쳐 눈이 녹으면서 땅에 스며들어 흙이 다시 촉촉해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건조로 인해서 식물들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비나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가문 겨울에 깜빡하고 물 주는 것을 잊어버리면 건조로 죽어버리는 장미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영상의 따뜻하고 맑은 날씨를 골라 정원호스로 물을 한번 뿌려주곤 했다. 지난 겨울은 따뜻했고, 눈이나 비도 충분했다. 그래서 호스를 꺼낼 필요가 없었던 아주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운 겨울이었다.


하지만 오늘 내리는 눈은 봄을 초입에 둔 시점에서 내린 눈이니 반갑지만은 않다. 겨울이 끝나는 시점에 장미들의 월동을 위해 둘러주었던 부직포들도 다 벗겨냈고 최근 따뜻한 날씨로 식물들도 봄이 오고 있음을 감지하듯 새순을 부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영하권의 날씨와 변덕은 자연에서는 참 흔하다. 가지가 말라들어가서 이번 봄에 죽을지 살지 애매한 경계상태에 있는 장미들에게 이런 날씨는 확실한 죽음의 선고를 내려준다. 나에게는 자포자기의 편안한 마음을 제공해준다. 기진맥진한 장미들은 봄에 싹이 트더라도 한해 내내 제대로 자라지 못하다가 그 다음해 겨울에 죽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기로는 나도 식물 못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가 흐리고 춥고 눈이나 비까지 내리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정신도 또릿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헬스장 가기로 결심하기가 쉬웠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정신이 맑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은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대로 좋지 않으면 않은 대로 맞춰 할 수 있다.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총 훈련시간이라는 볼륨이 중요하다고 한다. 운동이 아주 잘 되는 기분 좋은 어느 날 하루가 근육량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나 일주일, 한달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꾸준함으로 쌓은 총 시간이 근육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정원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하루 쉬더라도 큰일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해야 적절한 계절이 왔을 때 걸맞는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모두가 감탄할만한.


하지만 나에게 가드닝과 운동은 목적이 늘 자기자신에게 있다. 언젠가는 내가 정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려 덕분에 예쁜 정원 잘 보고 있다고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다. 동네 할머니들도 지나가면서 향기가 너무 좋다고 크게 말하면서 소리높여 웃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가장 큰 감탄은 그것을 만들어낸 나 자신에 대한 감탄이다. 목표는 완벽한 정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정원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납득하고 감탄할만한 정원인 것이다. 작더라도 자신에 대한 그런 감탄들이 모여 내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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