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을 감상하는 시간

by 염동연




새순이 나기 전에 해야하는 일들 때문에 정원을 가꾸는 나는 요즘 부산스럽다. 식물은 때가 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란다.“내일이 되면 또 얼마나 자라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고 일을 그만두고 주말농장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있었다. 작물이던 원예식물이던 모든 식물은 마찬가지이다. 환경이 딸깍하고 맞춰지면 식물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우리집도 장미들의 새순이 매일 부풀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도 계속해서 장미전지와 낙엽청소를 했다. 그것들은 봄을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작업이면서도 일의 양이 가장 많다. 작업들이 완료된 구획은 유황합제를 뿌려주었다. 청소와 전지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며칠 뒤 비 예보가 있는데 그 전에 비료와 살충제를 조금 뿌릴 계획이다. 정원사들은 자신만의 계획 뿐만 아니라 날씨의 흐름을 보면서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고 취소하기도 한다.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원일을 하면서 나의 영향력은 작다는 것,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한다.


외부에 그냥 내버려두었던 장미화분들 중 하나에서 사마귀알집을 발견했다. 올해도 새끼 사마귀들이 태어나면 해충들을 잘 잡아줄 것이다. 알집이 붙어있는 화분을 햇빛이 잘 드는 따뜻한 곳으로 옮겼다. 망가진 호스커넥터를 갈아끼우고 화분들에 물을 뿌리니 작은 거미들이 서둘러 피신을 간다. 거미들도 정원사가 소중히 해야 하는 존재다. 도구들을 수납할 수 있는 정원허리띠를 메고 돌아다니면서 장미들의 밑둥을 잘 살펴 칫솔로 문질러 줬다. 장미가지에 찰싹 붙어 겨울을 따뜻하게 난 해충인 깍지벌레들을 떼어주기 위해서이다. 가능하면 농약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자연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균형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충이 없는 아주 순결한 정원은 무언가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왠지 조금 무섭기도 하다.


봄의 절정에 피어날 정원을 생각하면 이 노동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가 갈수록 피곤하고 허리도 아파오는 것 같다. 손은 더 건조해지고, 다리의 관절은 뻣뻣해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을 더 천천히 하고, 쉬는 시간도 가진다. 무엇보다 그날의 일을 끝내고 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깐 서서 내가 한 일의 결과물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정원을 천천히 둘러본다. 어제보다 더 좋아졌다는 확실한 사실을 눈으로 단단히 새긴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서 고양이를 품에 안고 쉰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주변의 아름다움이 더 커지는 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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