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 먹이라고 사료한포대를 ㅍㄹㄸㄱ님이 보내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고양이들에게 랜선이모가 생긴 모양이다. ^^
나는 1~2년 전부터 집 한켠에 길고양이 밥자리를 만들어 고양이들 밥과 물을 챙겨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번 겨울뿐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몇마리의 단골들이 생겼다. 다 인물이 짠하면서 귀엽다. 꼬리도 손가락 길이를 넘는 아이들이 없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지만 찾아오는 애들 얼굴과 꼬리를 보니 그 후에도 간간히 챙겨주게 되었다. 꼬리 짧고 짠한 얼굴을 가진 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고양이들이 너무 한 곳에 의지하는 것보다 이왕 길고양이로 살게 되었으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세상을 경험하면서 싸우게 되고, 상처받고, 크게 다칠 때도 있지만 기쁨이나 보람을 느끼고 그 끝에 의미 같은 것이나 운명같은 것을 찾게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고양이도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무언가 찾게 될지도 모른다. 운명의 사랑이라거나, 가족이라거나, 대단한 권력이라거나.
우리 집 초기 단골손님인 턱시도 암컷고양이가 새끼를 데리고 온 후 새끼고양이-엄마닮은 턱시도와 고등어무늬 고양이-들도 규칙적으로 우리집으로 와서 밥을 먹게 되었다. 아직 조그마한데도 독립했는지 이제는 엄마와 같이 오지 않게 되었다. 두 마리가 덩치도 비슷하고 거의 늘 붙어다니고 놀기도 하니 아마도 형제일 것이다. 몸집이 사람 주먹 정도로 작다.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냐는 듯 쌀쌀한 저녁 바람에서 초겨울의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에는 그 작은 몸집에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살을 찌우려고 계획 했는데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집고양이는 통통하고 깨끗하고 쑥쑥 자라는듯 한데 길고양이들은 그릇을 늘 채워주는데도 어딘가 성장이 느리다.
얼마 전에는 아빠로 추정되는 고양이를 보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냥 새끼고양이 한마리와 같은 고등어 무늬이다. 마당에서 태극권을 하고 있을 때 나타났는데 우리는 서로 초면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를 보고 고등어 고양이는 밥자리로 쉬이 접근하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소리없이 태극권 동작을 이어가도 고양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내가 얼른 끝내고 떠나가기를 기다렸다. 나는 그날 초면인 고양이도 도망치지 않게 할 정도로 고요하게 태극권을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랜선이모가 겨울동안의 양식을 보내주었으니 턱시도 고등어 고양이 가족은 올 겨울 걱정이 없겠다. 그녀의 좋은 마음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겨울동안 나름의 의무감을 가지고 밥을 챙겨주려고 했었다. 먹을 것, 머물 곳, 아프지 않는 것은 어느 생명에게나 필요하고, 그 중 하나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삶이 참 고달프다. 사람이야 이것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많고 복잡해서 만족시키기 힘들지만, 동물들은 좀더 단순해서 아름답고도 처절한 삶을 사는 것 같다. 귀엽게 태어나서 나를 홀려서 밥을 얻어먹고, 그리고 인터넷선을 넘어서 랜선이모의 마음까지 훔쳐 사료한포대를 얻었으니 나름 대단하다.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료를 보내주는 사람의 마음도 대단한 것 같다. 사람인 나의 입을 빌려 고양이들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