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배추가 되고, 고양이 장난감이 되고...

by 염동연


블로그를 통해 장미를 블로그 이웃 **님에게 나눔을 했는데, 어느 날 배추를 한 상자 보내주셨다. 교환으로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미를 나눔을 했을 때 받은 분에게서 무언가를 받을 거라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나눔을 하는 그 순간에 만족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았지만 남몰래 은밀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장미가 잘 살아남아 꽃을 많이 피우고, 더 많은 즐거움과 기분 좋은 순간들을 만드는 힘을 펼치길…오랫동안 살아남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나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장미가 알배추 한 상자가 되어 돌아왔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가지런하게 생긴 배추들이 차곡차곡 쌓아 단정히 들어앉아 있었다. 이렇게 멋진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말씀드리며 감사드렸다.



내가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먹을 것을 빼고 이웃에게 몇 알, 그리고 독서모임을 같이 하는 분들에게 몇알씩 드렸다. 배추를 나누면서 독서모임 외의 시간에 따로 만나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시간을 보내는 평소와는 다른 루틴을 가지는 것이 색다르다. 배추를 받으러 오신 분이 커피를 사주시고, 고양이 장난감을 가지고 와주시고, 어머니가 만드신 겉절이도 나눠주셨다. 맵기가 절묘하고 생강이 들어가 고급스러운 향기가 코에 남는 겉절이였다. 김치는 집집마다 천차만별이라더니 정말인가보다. 고양이도 나도, 다른 사람들도 즐거운 마음이 흘렀다. 저녁에 맥주 한잔에 배추전 2장을 만들어 간장오이장아찌에 곁들여 먹으면서 참으로 파격적인 변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다. 장미가 배추가 되고, 배추가 장난감이 되고, 커피가 되고, 겉절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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