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것은?
여느 때처럼 밥을 먹으러 산에서 내려와 맞은편 베이지 색벽돌집에 가는데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초록색 야외테이블과 의자 세트 위에 얹어져 있었는데 거대한 플라스틱 상자였다. 그 집 벽돌색과 똑같이 베이지색이었는데 앞에 바람에 펄럭이지만 아주 많이 펄럭여서 안쪽으로 바람이 들어가지는 않도록 적당히 갈라져 있는 두꺼운 비닐이 붙어있었다. 그것은 아주 훌륭한 문의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반투명해서 프라이버시도 지킬 수 있지만 밖에서 누군가가 멀리에서 다가오면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투명도이다. 플라스틱 상자의 양쪽 옆이나 뒤쪽으로 구멍이 나 있는 듯 했지만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스폰지 같은 것이 네모나게 붙어 막혀 있었다. 그것은 겨울이 와서 어딘가에 얹혀지기만 하면 모든 바람을 다 막아줄 것처럼 보였다.
비닐을 살짝 열어 안쪽을 보았는데 내부는 아주 넓었다. 이러면 찬공기가 들어와 나의 체온만으로 공간을 덮히지 못하고 추운 게 아닐까 고민을 한 바로 그 순간 내 눈은 아래바닥을 보았다. 거기 나무합판에 댄 10센치가 넘는 두께의 스폰지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어느 날 동네를 순찰할 때 스타벅스 앞 밖에 나와있던 소파라는 것의 내부재와 똑같았다. 구청의 수거차량이 와서 그 소파를 대형폐기물로 수거해 가기 전까지 3일동안 그 소파라는 것 위에 누워 햇빛을 쬐곤했는데 그 폭신함과 따뜻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이 플라스틱 통 안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폰지만 있을 뿐 헝겊은 덧대어져 있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이 플라스틱 동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변에 칼과 테이프 그리고 스테이플러가 테이블 맞은 편 의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그렇게 올려져 있은지 이틀째이다. 아무래도 이걸 만드는 닝겐은 부지런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젠가인지 기억나지 않는 그 스타벅스 소파에서의 일광욕 추억을 더듬어보니 이 플라스틱 통안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옆 구멍과 출입문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플라스틱통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소파용 따스한 스폰지, 그리고 어떤 헝겊으로 그것을 덮을 것인가.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이것이 언제 완성이 될지, 그리고 어디에 놓여지게 될지에까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내달렸다. 이 플라스틱통이 내가 확인하기 전에 완성되어 어딘가에 놓여져 다른 고양이가 와서 들어가 내가 차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초조해진다. 그래서 내 냄새를 묻히기 위해 플라스틱 통 문 옆에 얼굴을 비벼 냄새를 묻혔다. 오늘도 다른 곳에 냄새를 묻힐 계획이다.
이틀넘게 아무런 진전도 없이 그냥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것을 매일 확인하러 와서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것을 보면 한숨이 다 나온다. 이 닝겐은 도대체 얼만큼 게으른 것인가. 밤이슬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낮동안에 해가 닿는 곳의 따뜻함에 감싸여 잠을자며 지난밤의 고됨으로부터 매일 회복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밤들은 점점더 차가워질 것을 나는 안다. 어서 이 플라스틱통을 완성해서 이 베이지색벽돌집의 뒤편 투명한 벽으로 바람을 막은 공간에 이 통을 넣어준다면 좋겠다. 그 위치가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이 통의 미래 주인인 내가 바라는 바이다. 닝겐.
(라고 집을 찾아와서 밥을 먹는 고양이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과 바램을 가지고 글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