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하루(이치고이치엔)

모기의 독백

by 염동연

한국이라는 나라는 겨울이 혹독해서 외부에서 우리들이 살 수 없을 정도의 맹추위를 자랑한다. 사랑하기에 좋은 따뜻하고 모든 것이 깨어나던 봄, 비가 많이와서 생명이 탄생하는 물 웅덩이가 여기저기 만들어지는 여름, 그럭저럭 견딜만한 가을을 지나면서 우리는 대량으로 번성하다가 겨울이 오면 한번에 그 숫자가 쪼그라든다. 결국 이렇게 될 거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번성하고 번성했던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인간의, 동물의 피를 빨아서 물웅덩이에서 장구벌레들을 낳고 새로운 모기들이 태어나 왕국을 만든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1년에 한번씩 우리의 왕국은 찬란하게 번성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2025년 올해 겨울을 살아남아 내년에 다시 왕국을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모기의 마지막 후손이다.


사람의 집으로 일단 들어가게 되면 그곳은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겨울동안 유지가 되는데, 그것은 또한 우리가 살아남기에도 적절한 환경이니 우리와 사람은 깊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는 관계이다. 비록 내가 직접 한국의 겨울을 이겨내는 둥지를 만들 수는 없어도, 인간과의 친위를 내세워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 겨울을 보내기로 결정했으니 초대를 받지 않아도 내 당당하게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결심했다. 연희동의 단독주택 중 고양이를 두마리 키우고 있어서 시도때도 없이 테라스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집이 나의 목표지점이다. 인간들은 창문에 우리나 다른 날벌레들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충망이라는 것을 달았지만 이 집은 내가 관찰해보니 그 방충망을 하루에도 열번도 넘게 열었다 닫았다 하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나는 하루에 평균 10번의 침투 기회는 갖게 되는 것임을 알게됐다. 방충망 밖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내 수명의 상당기간을 써야했지만 그 기다림이 무색하지 않도록 나는 연희동 고양이 두마리 키우는 이 집에 드디어 잽싸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 따뜻한 공기, 그리고 쾌적한 층고, 나 외에 다른 모기들이 없어서 여기 거주하는 인간과 고양이들의 피를 빨기 위한 경쟁 또한 없다. 이것이 바로 내 냉장고이자 둥지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그들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겨울 내내의 시간을 생각하니 나는 기쁨에 찬다. 공중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해본다. 윙~~~윙~~~~


“짝!”


소리와 함께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공간에 울리는 소리. “요즘 태극권을 배우면서 모기잡는 실력이 늘었단 말이야. ㅎㅎㅎ득달 같이도 들어오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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