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는 노란 눈을 가진 턱시도이고, 다른 한마리는 털에 꿀같은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이다. 둘다 아직 몸이 작고 동그랗고 뒷다리가 길어서 토끼처럼 뛴다. 12월이 되어 추워지면서 하루에 3번을 사료를 담아주는데, 그래도 다시 나가면 그릇이 비어있다. 찾아오는 손님의 수가 늘어난 게 아니라면 더 많이 먹고 있는 것이다. 추워서 배가 고픈 거겠지. 멀리 다른 곳까지 가기가 힘든거겠지.
오늘은 점심 때 나가는 것을 빼먹고 4시경에 잠깐 나가보니 밥자리에 온 고양이 형제 두마리가 나를 보고 혼비백산하면서 토끼걸음으로 깡총깡총 흩어진다. 나를 아무리 자주 본다고 하더라도 길고양이이니 도망쳐라. 그게 잘하는 것이다. 밥그릇은 2개인데 둘 다 비어져 있다. 물은 조금 남아있다. 나를 보고 부리나케 도망을 치더라도 멀리 가지는 않는다. 내가 밥을 가져오는 호구라는 것을 이 녀석들도 알고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에 빨간 파카를 입고나와 팔을 휘적대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태극권을 하고 있으면 그때가 바로 밥그릇이 채워져있는 때라는 것을 안다. 맞은편 산에 위치한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낮은 산에서 내려와 삥 돌아서 밥자리로 온다. 내가 자신들을 보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먼 길을 네모나게 돌아서 밥자리로 온다. 태극권을 하고 있을 때 사료를 부수는 꼬독꼬독 소리가 들리면 애들이 왔구나라는 감이 온다. 가끔 비둘기가 훔쳐먹는 것일 때도 있지만.
“기다려. 밥 갖다줄테니까 먹고가.” 라고 말하고 집으로 가서 건사료 한컵을 뜨고 얼마전에 산 습식캔 하나를 까서 접시에 푸딩처럼 담는다. 문 열고 나가보니 내가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다. 두마리가 계단 위를 바라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보이니 또 혼비백산 흩어진다. 내려가서 밥그릇을 채워주고 습식접시를 놓고 자리를 비우니 금세 와서 먹는 소리가 찹찹 난다. 습식푸딩을 덩이로 갈라서 둘 다 그것을 먼저 공략한다. 계속 보고 있으니 경계심이 좀더 강한 턱시도는 흘끔흘끔 나를 쳐다본다.
습식캔은 집에서 키우는 강호와 에바를 위해서 샀지만 둘이 잘 먹지 않아서 거의 길냥이들 몫이 되었다. 건식과 습식이 있으면 길냥이들은 무조건 습식을 먼저 공략한다. 그리고 그 한캔을 다 먹는다. 몇번 혀로 핥아서 돌기에 따라 올라오는 약간의 알갱이들로 맛만보고는 자리를 뜨는 강호와 에바와는 다르다. 언제 이런걸 먹어보냐, 오늘이 좋은 날인 것이냐. 특별한 기분이라도 드는 것처럼 힘차게 습식을 부숴가며 먹는다. 습식캔을 산 보람이 있다. 차려준 것을 맛있게 먹는 새끼 고양이들의 등털이 햇빛에 비쳐 윤기가 촤르르 도는 것이 보인다. 돈을 이렇게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