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by 염동연

언니의 남편은 돈을 벌지 않는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에게(그러니까 나와 언니의 엄마 말이다) 간식을 한달에 2번 사다주는 일로 50만원을 받아 용돈으로 쓴다. 간식을 사는 비용을 포함해 모든 비용은 어머니의 카드를 이용한다. 언니의 집은 엄마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서 멀지 않다. 하지만 언니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한달에 2번 병원에 갈 시간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이 시간이 되니 그 일을 시키되 50만원을 주는게 어떠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아직도 그 부분을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언니가 가까운 거리의 병원에 한달에 2번 가는 것이 어째서 불가능한 일인지, 그 2번 가는 일에 50만원이라는 아르바이트비용이 어째서 적절한 비용인지 등등)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신용카드로 한달에 2번 사과, 요구르트, 빵 같은 간식을 산다. 보통은 누워 지내는 환자의 장운동을 도와주는 간식들이 중심이다. 그리고 가서 24시간 간병인에게 그간의 엄마의 상태를 듣거나 특별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단톡방에 이야기를 한다. 왔다갔다 하는 대화의 형태가 아니라 보통은 4~5줄 정도의 보고의 형태이다. 간식사진과 영수증 사진, 간병인과 대화해보면 최근에는 이러하다. 안정적이다. 피부에 병이 있어 연고처방을 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않는다.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고 싶어한다. 침대에서 자꾸 내려오려고 한다(이것은 치명적이다. 낙상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에 묶어두면 그것을 풀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말리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다. 등등 증상은 다양하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비가와서인지 보름전부터 엄마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단톡방에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침대에서 내려와 자꾸 나가려고 하고 못하게 하면 소리를 지르고 신경질을 낸다고 한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정도가 더 심해진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되물어보았다. 약조절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의사는 뭐라고 말을 했는지 물었다. 한참동안 답이 없었다. 마음이 초조했다. 아.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이런일에 다른 사람들도 좀 동참해주길 바라는구나, 빨리 대답해주고, 조금 더 병원 문제에 생각을 내주길 바라는구나. 내가 이 일의 전적인 책임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단톡방에 답이 떴는데, 간호사 말로는 약을 더 쓰기는 무리이고 일단은 이대로 지내야할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것인데 사실 이 신경질적이고 소리지르는 문제는 최소한 형부의 보고에 따르면 보름전부터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봐야한다. 이 일은 간병인에게도 무척 힘들지만, 소리를 지르고 감정이 격해지고 분노를 터뜨리는 엄마에게 무척 힘든일이다. 그런 것은 막상 겪고 있을때는 힘든지 모른다. 감정의 극심한 피로상태에서 벗어나고 평안한 상태가 되어야 그것이 지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사람이라면 감정의기복과 폭발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고 있다. 엄마는 치매이고 나는 우울증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고민되네요. 엄마와 간병인 두분 모두에게 힘든일입니다. 라고 말을 했더니 형부는 간병인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라는 답을 달았다. 그리고 언니는 아무답도 달지 않았다. 감정적인 동요와 분노는 사람을 무척 힘들게 하는 것이다. 내일 의사와 통화해보고 상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아무런 답글도 달리지 않았다. 치매라는 병은, 그리고 우리 가족은 참 특이하다. 아무도 의견개진을 하지 않는다.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내버려두려고 한다. 엄마의 치매는 내가 고독하다고 느끼게 하는 삶에서 몇 안되는, 아니 유일한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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