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재수없게.

by 염동연

아침부터 재수없게 라는 말에서 재수없게…라는 말이 생략된 말을 아침부터 들었다. “아침부터…”라는 말은,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 몸이 쪼그라들고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나에게 했다. 다른 알아들을 수 없는 궁시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그는 바로 바지를 벗어 팬티를 노출했다.

예전에 나도 그런 말을 했었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그것은 저혈압 증상이 두드러지는 아침시간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나왔다. 아침에 몸이 무겁고 정신은 가라앉은 상태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몸과 정신을 끌어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듣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침에 전화하지 말라고 여러번 말해도 언니는 나에게 전화할 때는 늘 아침시간을 선택했다. 자기가 할 말이 생각난 그 시간에 바로 연락을 했을 것이고, 할 수 있는데 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용돈을 받느냐고 잔소리를 했다. 상처가 공기에 노출되어서 계속해서 진물이 나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내 뇌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공기에 노출 되어 있는 것 같은 당황스러운 기분에서 들어야 했던 그 잔소리는 참 괴로웠다. 그녀가 나에게 아침에 몇번이나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를 세어보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이나 부탁은 안중에 없는지 가늠할 수 있고, 그리고 또 내가 얼마나 언니가 나를 배려해주길 기대하고 바랬는지 알수 있었다. 지금은 아침에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다. 언니에 대한 나의 기대는 말라 사라져버렸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이렇다. 새벽에 웅성거리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차량이 주차하는 소리가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새벽에 들려왔다. 새벽 6시였다. 소란스러움에 블라인드를 들춰서 보니 며칠전부터 동네 계단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아침일찍 모여서 무언가 음식이 담겨있는 비닐봉투를 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차량 중 하나인 베이지색 모닝차량이 집 주차장 입구 정중앙에 주차되어있다. 밖으로 나가서 주차장 입구를 막으면 차량이 나갈 수 없으니 이동해달라고 말했다. 그 차량의 주인이 그 할아버지였다. 지금 나갈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나갈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동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따가 이동할게요.” 라고 말했다. 입구를 막으시면 안된다고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다시 되돌아왔다. “지금 차 끌고 나갈거에요?”라고.

목 뒷부분이 조금 뻣뻣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나가지는 않지만 입구를 막으시면 나갈 때 연락드려야 하고 여러모로 불편해지니 지금 이동해달라고 재차 말했다.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자기 일을 하면서 궁시렁 거렸다. 내 손과 발이 차가워졌고 머리와 목이 만나는 지점에 피가 몰려 딱딱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공사차량인 트럭이 며칠동안 내 지정주차자리에 주차되어 있지만 당장 그 주차자리를 사용할 것이 아니어서 주차하도록 내버려두었더니 며칠만에 관련 차량들이나 사람들이 몰린 거여서 잘못이라면 내 잘못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입구앞 차량을 지금 이동하지 않으시면 트럭차량도 함께 이동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아침부터…”라고 할아버지가 말하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뒤돌아 차안에서 작업복을 꺼내고 바지를 갈아입었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라는 말은 아침에 일어난 일과 기분이 그날을 지배하고 종종 생각나고 그날의 전체적인 색깔을 지배할만큼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 경찰이 출동했고, 과다노출 경범죄에 대한 법칙금 조치가 내려졌다. 관련 민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구청 담당자는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교육을 할 것이고 같은일이 다시 발생하면 담당시공사를 교체하는 일까지 불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사과나 배려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기대는 말라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