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머금은 말

by olivia


지금에야 한부모 가정이 전체의 7% 달할 정도로 높지만 20년 전 한부모가정은 흔치 않았다. 그때만 해도 '편부모가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11살이었던 나는 이 단어를 가정통신문 비슷한 설문지에서 만났다. 그 단어는 슬펐다 못해 절망적이었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나누어준 설문에는 편부모가정 체크란 비슷한 것이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짝꿍이 혹여라도 볼까 봐 눈알을 굴리고 작은 손바닥으로 커닝방지하듯 가리면서 체크를 했다. 그리고 비밀 이야기하듯 "선생님 사실 저는 아빠랑만 살아요"라는 문장을 일기장에 적어서 냈다. 어린 마음에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 아마 내 마음을 이야기할 구멍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학급에 학생수도 적어서 금세 소문이 났다.

"쟤 엄마가 없대"


IMG_7560.JPG


떨어져 살게 된 건데도 언어 표현이 부족한 아이들의 입에는 엄마의 부재가 '엄마가 없다'라는 두 단어로 회자됐다. 다행히 고집도 있고 성격도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심한 놀림을 받았을 거다. 우연히 남자아이들이 귓속말하는 걸 들었는데 차마 들은 척을 할 수 없었고, 엄마의 부재로 인해 모자라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더 열심히 공부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한창 생각 많을 시기에 엄마의 부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에게 큰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때로는 절망하고 원망하고 엄마가 너무 잘해주는 나머지 짜증을 내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14살 즈음 엄마를 처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목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현실 속에서 겪는 고통들로 인해 그 마음이 원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표현을 참 잘해도 가족한테 표현하는 게 아주 어렵다. 지금도 차마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머금은 말들이 한가득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제가 많이 아팠어요.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요.

여전히 짐을 덜어내는 중이에요.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차가워 보여도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러니 나를 좀 기다려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