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불편함을 직면할 용기

by olivia

용서는 위대한 거다.

살면서 여러분이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한 경험이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이유는, 불편하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불편함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하므로.




1년 만에 동생을 용서했다.


그동안 주변사람들이 재촉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니'.


정말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온 가족이 언제까지 버틸거냐며 말렸지만 나는 내 감정을 소화할 충분할 시간을 주문했다.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도 누군가의 말이 그 시작이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시작과 끝이 온전히 나의 것이길 바랐다.




"둘이 무슨 일로 싸웠어?"라고 묻는 질문에는 바로 답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욱해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퇴사와 이별을 겪은 상황에서 더 큰 타격이 됐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잔뜩 운 나는 솔직히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생일 때 동생이 집 앞으로 케이크와 선물을 보냈지만 눈물만 흘리고 별다른 어떤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명절 전, 나는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밥 먹자"


이 세 글자가 반가웠는지 동생이 기분 좋게 어디서 볼까?라고 답장했다. 다시 만났을 때를 상상하면서 긴장이 됐는지, 나는 원래 해야 할 공부를 내팽개쳐두고 브리저튼 시리즈를 주야장천 봤다. 동생이 치킨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앉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혈육의 힘인가'


분명 내 마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부글부글 거리고 치가 떨릴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다니. 카페에 가서는 본격적인 화해작업이 이루어졌다(이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는 내 감정을 담담히 말했다.


"나는 네가 너무 미웠어. 존중받지 못한 것 같았고 넌 나한테 분명 무례했어"

"미안해"


대부분의 남매는 절대 공감 못할 거 같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상처받아도 참았던 순간들은 동생인 너를 너무 사랑해서 가능한 거였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 아팠다고




왜 우리의 화해가 자연스러웠던 걸까 다시 생각해 보니 혈육의 힘이라기보다는. 충분히 감정에 대해 책임질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보통 우리는 어떤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을 때 빨리 쳐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눈앞에 놓인 중요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빠른 속도가 필요한 것도 분명 맞지만. 그건 감정을 올바르게 소화하는 법을 계속해서 훈련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뭐든 훈련하면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감정을 올바로 보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잔여물이 남고, 쌓여서 나중에 터진다. 터져서 또 해결되면 감사하지만 대부분은 불편한 걸 참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을 지그시 바라보기보다는 버려야 할 쓰레기로 생각하거나 방치한다. 그런 점에서 한층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명절 내내 나를 한층 더 내려놓고, 마음을 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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