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대표님

오해와 편견

by 그리다

비행기 좌석 한 칸이 모자라는 사람이 있다

두꺼운 팔뚝살이 차렷자세에도 넘쳐 나와 내 자리를 침범했다

팔짱을 낀 듯 내 어깨와 팔에 밀착이 되어 불편했다

약간 짜증이 났지만 거대한 몸을 갑자기 줄어들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팔걸이 경계에 베개를 넣어 접촉을 차단했다

곁눈으로 살짝 보니 별 반응 없이 눈을 감고 자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남자 승무원이 다가와 옆자리 사람에게 말했다

-대표님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하~~~ 이 승객은 갑질이 대단한가 보군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식사 시간에 식판을 놓아주고 조금 전 그 승무원이 뚜껑을 열어주며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 한쪽 팔을 잡고 화장실로 안내했다

일어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거구였다

내 자리를 침범할 만도 하다 싶었다

저렇게 승무원이 팔짱을 끼고 천천히 가는 것 보니 심장에 문제가 생겨 거동이 불편한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짜증스럽던 마음도 내려놓고 가운데 칸막이를 친 베개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먹고 자고 하는 동안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착륙 준비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승객들은 분주히 짐을 정리하고 의자 등받이를 세우고 창문 덮개를 올렸다

눅눅하고 낮게 가라앉아 무거웠던 기내 분위기는 잔잔하던 호수가 낙엽과 바람을 받아 일렁이듯 생기가 일었다


그때 옆자리 신사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자신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나는 그런 점은 없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신사는 안심하는 듯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50대 초반부터 눈에 문제가 생겨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70살이 넘은 지금은 시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가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사람, 물건이 있으면 많이 보고 기억하라고 했다 한다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불편하며 병원에 방문하여 망막에 주사를 맞는데 그 치료는 매번 큰 고통을 동반한다고 했다

밤에 혼자 깨어 울 때가 많다고 했다

그렇게 혼자 울 때에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무어보다 불편한 점은 식사할 때 테이블 엔드 라인을 몰라 음료 같은 것을 바닥에 쏟을 때라고 했다

눈이 불편하신데 어떻게 혼자 비행을 하시느냐고 물으니 뒷자리에 직원들이 타고 있다고 했다


게을러서 비만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

승무원을 개인 비서처럼 부린다는 오해로 꼬부장하게 있던 마음이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재단하고 상대를 나쁘게 본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했다

직원들 도움을 받아 마지막에 내리겠다고 말했다

먼저 내리면서 선생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리겠다

좋은 일만 생각하고 건강하시라고 인사하고 먼저 내렸다


공기, 물, 전기 등을 당연하게 여기며 고마운 줄 모르고 살고 있다

마찬가지로 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에도 특별한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길에서 시각 장애인을 볼 때 멈칫하는 마음도 잠시일 뿐이다


황반변성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비만 증상이 동반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부작용 때문만이 아니라 시력 문제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운동량이 감소하여 체중이 급격히 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 한 번의 경험으로 결핍의 마음이 충만과 감사하는 삶을 사람으로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 있을 때마다 반복하여 되새겨야 하겠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는 삶을 살고 있음을

그리고 그 소유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