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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ug 11. 2023

"화장을 안 했네. 용감하게도!"

바지 혹은 치마

얼마 전 가족모임이 있었다. 씻고 기초 제품, 선크림만 바르고 나갔다.

모임에 온 한 사람이 말했다

"화장을 안 했네, 용감하게도~ "


갑자기 용감한 사람이 되었다.

용감한 사람이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할 수 있는 사람?

집 안에 벌레가 나오면 때려잡을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사장이 농담했는데 뚱한 표정으로 '안 우스워요~'라고 말하는 사람?


/화장은 예의/라는 말도 자주 들었던 듯하다.

화장 안 하는 것은 비매너인 것일까?

매너가 없다 혹은 예의가 없다 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피해를 남에게 입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 의자를 신발 신은 채로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보호자의 행동,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적인 통화를 큰 목소리로 해서 듣고 싶지 않은 구구절절한 사연에 온 신경이 끄들려 가게 하는 일, 

산책하는 공원에서 개인의 취향일 뿐인 노래를 볼륨 높여 듣는 행동 등이 떠오른다.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한 여자도 그와 같이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는 것일까?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화장을 한 사람보다 덜 부지런 한 정도로만 평가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래도 조금 억울하긴 하다.

유교적 사고방식의 잔재인지 유독 여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많이 느낀다. 여자가 목소리가 크다라든지 여자가 발소리를 크게 낸다든지. 목소리가 큰 것, 발소리가 큰 것은 누구든 조심해야 할 일인데 유독 여자에게만 더 가혹하게 나무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외모를 가꾸는 면에서도 더 많은 압박을 주는 것 같다. 예쁘게 보여야 할 의무를 저버려서 상대가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고 그래서 매너 없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부정적으로 느끼는 상대방이 해결해야 할 심리 상태가 아닐까?


예의는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을 자연스럽게 꾸미는 사람이 선택한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화장을 하면 생얼일 때보다 생기 있고 화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침잠을 몇 분 더 줄여야 하며 화장품을 구비해야 하며 하루 동안 화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정할 수 있는 화장품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더 나아 보이기 위해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당사자의 선택에 맡겨야 할 일이지 의무로 부과할 일은 아니다. 바지 입는 날도 있고 치마 입는 날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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