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 나오기까지

신약이 나오기까지 15년

by 약잘약국


신약을 개발할 때는 먼저 약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한다. 이후에는 각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만 가지에 이르는 신약 후보 물질 중에서 물질을 탐색하고,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와 독성을 확인한다.

독성 시험, 일반 병리, 체내 동태 등의 시험을 거친 뒤, 초기 신약 신청을 하게 된다. 이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1상, 2상, 3상 순으로 진행된다.

1상에서는 보통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약의 체내 약동학적 평가를 수행한다. 이 단계는 약을 탐색적으로 연구하며, 대상자 선택, 초기 용량 선택, 용량 증가 규칙, 최대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진행된다.

2상에서는 환자군을 철저히 선정하여, 제외 기준에 따라 모집된 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다. 이 환자들에게 무작위 배정 및 이중 눈가림 연구 설계를 적용해, 신약 집단의 효과와 부작용을 대조 집단과 비교하여 검토한다. 1 상보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며, 신약의 독성 정보를 수집하고, 3상에서 사용할 용량과 용법을 결정한다.

3상에서는 결정된 임상시험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한다. 신약의 약효를 최종적으로 평가하고, 부작용의 정도를 기존 약물 및 위약과 비교하여 유의성을 밝힌 뒤, 정부 규제 기관에 승인 신청 자료를 제출한다.

3상은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치료 유형을 적용하는 연구나, 예방 접종의 효과와 같은 보건 정책 결정을 위해 진행되기도 하며, 다기관 연구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모든 임상시험을 마친 후에는 신약 허가 신청을 하게 되고, 이를 규제 기관이 검토하여 판매 승인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신약이 나오기까지 약물 연구와 임상 개발은 엄격한 절차와 정부 규제 기관의 통제를 받지만, 1906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약품의 광고와 판매는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식품의 불법 유통과 가공에 대한 규제가 먼저 생긴 이후, 1930년에는 미국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아우르는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이 설립되었다.

1950년대, 탈리도마이드라는 일반 의약품을 복용한 임산부들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10000여 명의 기형아가 태어나면서, 처방약과 일반약에 대한 기준이 처음으로 생기게 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동물 임상시험 결과가 인간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대상에 따라 독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인지하게 되었다. 이후 규제 기관에서는 성분 의무 표기, 유효성 검증, 소비자 안전 보호, 임상시험 대상자 보호, 노인·여성·소아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의 임상시험 규제를 신설하게 되고 있다.


임상 4상

입덧 치료제로 임산부에게 판매되던 탈리도마이드는 기형아 출산이라는 생식 독성을 야기하며, 의약품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게 된 대표적 사례다.

1959년, 독일의 한 의사가 이 약의 신경 독성에 대해 제약사에 경고했지만 묵살되었고, 제약사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드러난 말초신경계 부작용을 은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윤리를 추구하지 않는 제약사가 규제되지 않을 경우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의약품의 단계별 평가와 규제 강화,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임상 4상은 제약사가 수행하며, 대규모 조사나 관찰 연구의 형태로 진행된다. 임상시험이라기보다는 신약의 부작용, 유독성, 약물 상호작용을 추적·관찰하는 과정이다.

허가된 약이 다양한 사람에게 실제로 처방되었을 때의 객관성, 사용 경험, 최적 용량 등을 입증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시판 후 안전성 감시 과정에서 수집된 이상반응 데이터는 임상 4상 시험의 필요성 판단이나, 새로운 약물 안전성 신호(signal) 탐지, 후속 연구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임상 4상 과정에서 약물이 시장 철회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머크사는 FDA의 시판 후 관리의 일환으로 APPROVe(adenomatous polyp prevention on Vioxx) 임상시험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이 연구는 바이옥스(Vioxx)가 대장 용종 예방 효과를 가지는지를 평가하는 목적이었지만, 연구 도중 18개월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군에서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바이옥스는 시판 6년 후 사용이 금지되었고, 위장관 부작용이 없다는 이유로 널리 사용되던 약이 일시에 시장에서 철수되었다.


신약과 바이오마커

오늘날의 신약은 단지 새로운 물질의 개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약은 새로운 유효 성분 외에도 복합제 구성, 적응증 추가, 새로운 제형·용법·용량, 새로운 환자 집단에의 적용 등 다양한 범위를 포함한다.

20세기 이후 분자생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개인 맞춤형 치료에서는 바이오마커(biomarker)를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란 생물학적 상태나 변화된 상태를 객관적으로 측정 및 평가할 수 있는 생물학적 표지자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질병 유무, 진행 예측, 약물 반응, 임상 결과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HbA1c)는 당뇨병 진단과 관리에 사용되며, 합병증을 늦추는 데 활용된다.

신약 개발에서도 임상적으로 유용한 바이오 인디케이터를 활용하여 신속한 신약 발굴이 가능해졌다.

바이오마커는 질병의 진행, 예측, 모니터링에 활용된다. 생체 내 구성요소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기술로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과 관련된 연구를 이용하여 바이오마커의 연구는 발전되고 있다. 유전자 기술을 이용하여 세포 안의 유전자의 발현을 추론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 하는 것이다.

바이오마커 자체는 비록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질병의 조기 발견, 예측, 치료 효과 판단, 질병 진단의 대리 결과 변수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징 기술, 생물정보학, 맞춤 의료와 같은 기술 발전과 함께 개인화된 약물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HIV/AIDS가 급속히 확산되자 치료제 개발의 긴급성이 높아졌고, 1988년 FDA는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임상적 최종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중간적이며 임상 결과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바이오마커(대리 결과 지표)를 근거로 약물 승인을 허용하는 것이다. 2018년, FDA는 웹사이트에 ‘신약 승인에 사용된 대리 결과 지표 표’를 공개하며, 과거 어떤 지표가 어떤 질환에서 사용되었는지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는 환자의 생존 여부와 같은 직접적인 임상 결과를 반드시 반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골밀도는 골절을 예측하는 지표지만, 운동 습관이나 영양 상태 같은 요소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안압 수치는 녹내장에 의한 시력 손실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종양 크기 감소는 암으로 인한 사망을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질병 관리와 치료 결과는 환자 중심 요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결과 지표의 중요성

신약 개발에서 바이오마커가 인정되고 환자 맞춤형 치료가 확대되면서, 바이오마커 자체의 정확성 검증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는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와 관리, 데이터 활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바이오마커는 통계적 상관성뿐 아니라 임상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많은 바이오마커는 임상시험으로 증명하기 어렵거나,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기 어려워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에 제티밈이라는 약은 동맥경화성 LDL 수치를 낮추지만, 사망률이나 비사망 심장질환 발생률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LDL 수치 감소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약물의 장기 복용이 임상적 이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항암제에서도 “종양 크기 감소가 반드시 삶의 질과 기능개선과 같은 생존 이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대리 지표의 한계는 환자 중심 치료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약물치료의 실질적 이득을 다면적 관점에서 확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FDA는 지난 10년간 ‘환자 중심 신약 개발’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환자 보고 결과(Patient Experience Data) 및 PRO(Patient-Reported Outcomes)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특히, 암 임상시험에서는 환자가 체감하는 증상 개선과 삶의 질 유지 여부를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환자가 보고하는 결과의 수집 빈도와 시점도 치료 주기에 맞춰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보다 일관성 있게 환자 중심 자료를 수집·반영하기 위한 개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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