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와 자퇴생
1. 녹색 마드리드
평일 내내 지속되는
마드리드 어학원 일정은
저녁 6시 반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난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매일 새로운 동네로 가서
관광을 하다가
관광지에서 한 끼를 먹고
학원으로 넘어가는 스케줄을 택했다.
학원 일정은 2시부터 시작되었는데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높은 확률로 조금 지쳐 있었다.
내가 2주간 머문 홈스테이 근처엔
마트나 작은 슈퍼조차 없어서
수업이 끝나면
학원 건물 바로 옆에 붙어있던
마트(Sanchez Romero)로 향했다.
매 끼니 잘 챙겨먹고
칼로리 높은 간식까지 빼지 않고 먹었지만
그럼에도 수업이 끝날 때,
자기 전즈음
배고파 참을 수 없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위의 허기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이게 뭔지도 모르겠지만)가
문제였기 때문에
많이.... 먹었다. (껄껄)
내가 스페인으로 가기 전
꼭! 하겠다고 다짐한 일들과
꼭! 먹겠다고 다짐한 음식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하몽
빠에야
츄러스
마트 치즈
크루아상
그리고...
<< 젤라또 >>
어학원 4일차,
수업 듣고 있을 때부터
머릿속에 젤라또가 떠다녔다.
마드리드에 온 지도
벌써 오일 째니, 무조건 오늘
이 수업이 끝나고
맛난 젤라또를 찾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다행히 도보 5분 거리에
평점 좋은 젤라또 집이 위치해 있었다.
그새
구글 지도에 뜬 메뉴판보다
가격이 비싸지진 않았을까
그저 3.9유로 짜리 작은 컵을 먹고 싶을 뿐인데
잘못 주문해서 큰 컵을 계산하게 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가게까지 룰루랄라 신나게 걸었다.
밤 공기가 참 추웠는데,
이 추위에 젤라또까지 때려 넣을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컵 사이즈는 4종류로 나눠져 있었다.
내 계획은
두 가지 맛의 젤라또를 맛 보는 것이었다.
가장 작은 컵을 주문한 후
먹고 싶은 맛 두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알고 보니 최고 스몰 사이즈는
오직 맛 하나만을 고를 수 있었다.
직원도 조금 당황해서
“미디엄?”이라고 물었고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당황했지만
(내 예상과 조금이라도 다른 상황이 생기면
바로 당황했기 때문에 별 일은 아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Si, si! Gracias!”를 외쳤다.
직원 언니는 너무 상냥하게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젤라또를 푸시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가게 안으로 들어갈 때부터
직원 분들의 응대에 맘이 사르르 녹아내렸었다.
약간의 미소, 미소면 됐다.
타지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모든 상황에 즉각 대응할 사람이
나밖에 없단 사실이
없는 용기를 끄집어내 주기도 했지만
혼자선 처음 해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래서
현지인의 친절한 도움과 응대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먼 언니라고 부를 뻔…
(어학원 4일차 때 먹은 젤라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