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와 자퇴생
1. 녹색 마드리드
생활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청승 맞아진다.
그럴 땐 남에게도 각박스러워 지고,
나 스스로한텐 미친 듯이 각박하게 대한다.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한다.
(우스워하셔도 된다.)
엄마는 스페인으로 떠나기 두 달 전부터
거기 가서도 청승 주기가 오면 어떡하냐고 주기적으로 물었다.
걱정하는 그녀의 음성을 뒤에 두고
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어. 유럽이잖아.”
대답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2년 넘게 기다려 온 일인데 설마
그 곳에서까지 청승맞을 순 없을 거라고.
유럽에 가서까지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장담했다.
응.
나는 요즘 장담한다.
앞으로 내 인생에 영영 장담 따윈 없을 거라고.
-
<청승의 마드리드 시작 >
마드리드 한복판의
한 브런치 카페에 앉아
청승맞게 눈물 훔치는 청소년을 아시오?
오렌지색의 두꺼운 스웨터 입은,
파마한지 며칠 안돼서
머리칼이 신선하게 빠글빠글한
그녀의 테이블에는
당일 받은 문제집이 놓여 있고 또
조금 깨문 6유로 짜리 바질 샌드위치와
2유로 짜리 물이 올라가 있네.
학원 첫 날이니
미리 미리 예습해놓으려 호기롭게 책 폈지만
뭐, 얼마 읽지도 못하고
테이블 구석에다 밀어 놓았구먼.
- 흠, 그건 그렇고 왜 우나 청소년?
하필 점원이
충분히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앉아버린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표정으로 힘없이 대답하고.
“외로워서요…”
알바 열심히 해서 스페인까지 와 놓고서
이 청소년은 대체 왜
겨우 이틀 째에 외롭다 말할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쬐금 길다.)
[그래서 다음화에......]
[3화까지 업로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