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띠링~~ 적막한 새벽녁에 울리는 알람소리
남편은 유난히 알람소리를 못 듣는 희한한 종자여서 내가 깨우지 않으면 항상 지각하기 일쑤라 늘 내가 남편의 알람이다.
쉰을 앞둔 남편은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백 프로 응원해 줄 수는 없지만 우리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 믿으며 사랑인지 의리인지 정인지 모를 찐한 감정에 나를 깨운다.
따뜻한 흰쌀밥에 뜨끈한 국 김치 하나면 새벽 5시에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남편덕에 오늘도 무거운 내 몸뚱이를 일으켰다.
사실은 남편의 짠함도 있지만 내가 전업주부라는 직함을 가진 책임감이랄까?
집에서 늘 놀고 있는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지켜보려 애썼고 분주함 삶을 보내도 뭔지 모를 공허함이 생겼다.
아이들이 유아기를 지나니 나의 자리 하나를 잃었고 가족들에게 내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되기 싫어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그나마 남은 아내자리를 잘 지켜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친구들이 하나둘 일자리를 찾아갔고 아이들이 등교하면 같이 차 마실 동네 엄마들도 사라져 가는 이 시점에 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자기 계발한답시고 시간을 보내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풀어놓은 문제집 채점을 하고 피드백을 적어 놓고 유튜브로 최신 입시 동향을 파악하며 점심을 먹고 동네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 오고 소파에 앉을 즈음 둘째 아이가 하교하고 간식을 차려주면 첫째 아이도 하교하고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녁을 만들어야 하는 공장 같은 나의 일은 15년째 무보수이다.
아무리 사랑 가득한 가족인들 금전적 보상 없이 이런 공장을 돌리다 보면 정신적 피폐함은 당연히 따라온다.
가족이라는 사랑의 힘으로 버티기에 역부족인 시간은 언젠간 오고야 만다.
내가 못 버틸 만큼 힘든 시기가 오기 전에 브런치 앱을 깔았다.
책이랑 친구 먹은 지는 6년 정도 되었고 도서관에 있는 교육서는 거의 다 읽은 듯하다. 입시는 컨설턴트만큼은 아니지만 동네에서 손꼽을 만큼은 알고 있다 자부한다. 그래서 브런치에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되었다.
내가 가장 절망적일 때 도서관에서 희망을 얻고 일어났듯이 글을 써보며 지친 자아를 이겨낼 근육을 키워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오늘도 남편은 내 밥을 먹고 힘내서 일하겠지! 자존감바닥인 나에게 칭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