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숨겨둔 감정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소유욕!
갖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면 어떡해서든 손에 넣고 마는 집착까지 겸비
나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구름백!
명품백은 넘사벽 가격이지만 만만한 가격에 힙하기까지 했으니 안 갖고 싶을 이유가 없었다.
서울나들이를 갔다가 몽글몽글 오동통한 귀요미 가방을 운명적으로 보고야 말았고 난 그 가방을 꼭 사야겠다는 집념하나로 여기저기 돌고 돌아 찾아낸 구입 방법은 새벽 5시부터 공홈에서 새로고침을 하며 기다리던지 직구를 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알게 된 그날부터 나는 5시에 일어났고 핸드폰에 새로고침만 누르고 있는 좀비가 돼있지만 열흘이 지나도 구름백 가방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는 현타가 왔고
친구가 독일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했다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가질 수 없는 구름백은 날 더 미치게 했다.
패션카페에서 구했다며 자랑하는 글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았던 어느 날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매장에 입고되었다는 소식
그땐 자차도 없을 때라 홀린 듯 버스를 탔고 버스 안에서 가방을 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카페를 기웃거리는데 솔드아웃이라는 댓글에 망연자실하고 말았고 구름백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더 커져버렸다.
폐인직전까지 간 나를 보며 남편은 그냥 플미 붙은 거 사라며 다그치기 시작했고 나는 당근이며 중고사이트에 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백을 플미를 주고 구입한 그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콧노래가 나왔다.
그리고 택배가 도착하고 언박싱하는 순간부터 십 분 정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고 그게 끝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살 때의 쾌감이 순간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나는 또 반복하고 있다.
신상이 올라올 때마다 중독자처럼 안 사면 손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이런 내가 싫다면서 결국 사고 마는 나
그리고 당근행 ~
힘들게 사놓고 당근 하는 나를 보며 욕구불만이냐는 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물건을 사고 잠시 우월감을 얻고 현실자각 후 당근질을 하는 악순환을 겪는 것 같다.
욕망덩어리가 되어 시간낭비하는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지만
쓸데없는 것이 주는 행복은 마약 같다고 변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