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마음이 지하 10층으로 떨어지는 날
sns가 다 허구인 것을 알아도 찰나의 행복인 것을 알아도
예쁘게 꾸민 집에 살고 외제차를 타고 명품가방을 들고 친한 엄마들과 브런치모임에 가서 연예인처럼 사진을 찍고 미소를 짓은 여자들을 보고 있자니
집에서 무릎 나온 추리닝에 애들이 남긴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니 서글퍼진다.
이따금 찾아오는 다를 것 없는 하루가
현실에서는 바닥이라 느껴질 때 걱정들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등바등 살아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나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날
안 오른 것은 남편 월급뿐이고 빚은 줄어들 생각이 없고 이제 줄일 것이 식비뿐이라는 현실
이참에 거지다이어트라도 해야지 마음먹다가도 뼈아픈 현실에 무너진다.
우울감은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것 같고 달달한 믹스도 아무 맛이 안 느껴진다.
고민과 걱정으로 뒤엉켜 텅 빈 머리속에서 모든 몸이 녹아 내려 땅바닥에 붙어버린 심정이랄까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며 모든것이 녹아내려 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현저히 줄어든다.
슬픔을 이야기하면 약점이 되고 기쁨을 이야기하면 질투가 되는 뼈아픈 경험들이 사람들을 멀게 만든다.
이 말도 거르고 저 말도 거르다 보면 이럴 거면 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지 싶어졌다.
가족마저도 힘듦을 이야기하면 불행의 기운이 튈까 두려워하는 건 똑같다.
모든 게 혼자 이겨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으쌰으쌰 힘내보자고 애써보자고 실천했던 날들이 무의미해져 아무 보잘것없는 나로 취급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밥을 꾸역꾸역 입안에 넣고 크게 한숨을 내쉬어 본다.
이런 내면을 숨기고 아이들 앞에서는 웃음을 지어야 하고 밖에 나갈 때는 가면을 덧칠하듯 화장을 한다.
그러다 보면 힘듦도 조금씩 옅어진다.
부모라는 존재는 지하 10층에 오래 머무를 수 없기에 힘들 때면 어김없이 도서관에 간다.
나보다 더 혹은 나와 같이 힘듦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도서관에 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힘내야 하는지 희망을 꿈꾸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털어지지 않는 먼지처럼 걱정과 고민은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그 또한 내 것이려니 짊어지고 사는 게 어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