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본 기억이 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 그 구절을 보고 난 후 마음속에 작지만 확실한 자부심 같은 걸 가지고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적어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잘 살고 있는 거야.'(의외로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할 만큼은 아니지만 내 삶에 있어서 '책'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감이 부족할 때, 숨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때때로 책 속으로 도망치고 싶은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글쓰기를 시작하고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게 됐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라고 문구를 바꿔보니 세상에나.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한 단계 발전한 내 모습이 대견스럽다. 배신하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이 느낌이 참 좋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것'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어 준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지 몰랐다. 누가 내가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끝까지 읽어 줬으면 좋겠고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조금은 구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 조회 수를 확인하고 얼마 안 되는 조회 수라도 그게 왜 그렇게 고마운지. 댓글 알림이 뜨면 왜 이렇게 설레는지? 글쓰기란 참 요상하고도 요상한 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브런치에 담길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무려 '작가님'이라니. 내가 '작가'가 됐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 관문으로 정한 목표가 '브런치 작가 되기'였다. 몇 번씩 떨어진 사람도 많다고 하고 남편도 얼마 전에 탈락의 고베를 마셔서 나도 몇 번은 도전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했다. 목표를 이루고 나니 초연한 마음이 들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독자와 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단초가 되어 줄 거다. 멋진 일이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 되기'라는 목표를 이룬 것보다 더 크게 얻은 것이 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일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사소한 일상들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스쳐 달아나는 감정들도 얼른 붙잡아 노트에 담는다. 글을 쓰면서 가치 있게 살고 있다는 충만함을 느낀다.어떤 책의 한 구절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기도 한다. 나는 지금 그 변화의 시작에 서 있는 것 같다. 글쓰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내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덧.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한 날 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켰는데 남편이 '작가님~'하고 부르면서 케이크와 꽃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작은 성취에도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지원군이 있다는 게 새삼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