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쇼핑 이야기
유럽도 그렇지만, 미국은 참 잘 안 변하는 나라이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그렇다. 웬만한 브랜드나 상점은 큰 변화 없이 동일한 산업, 아이템들을 꾸준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동네의 모습 또한 크게 변하지 않는다. 20년 전에 이 동네에서 꽤 오랜 기간 거주했던 와이프에 따르면, 동네의 모습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한다. 아직도 내 주머니에는 이런저런 열쇠들이 수북하게 묶인 열쇠 뭉치가 있다. 모든 문이 디지털 도어록으로 변화되어 더 이상 열쇠를 쓰지 않는 한국 같은 나라는 없는 것이다. 여전히 '열쇠'로 문을 닫고 여는 행위는 미국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이며,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동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한번 자리잡기가 어렵지, 한번 자리 잡은 레스토랑들은 꽤나 오랫동안 운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몇십 년 된 노포들을 어렵지 않게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레스토랑 산업에 '유행'이 민감하게 적용되는 우리나라와 달리(요즘은 어딜 가나 마라탕;;), 이곳의 레스토랑들은 이곳 사람들처럼 큰 변화 없이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운영되는 느낌이다. 집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Redfin'같은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1950년대 지어진 집들도 멀쩡히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신축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미 개발이 끝난 후여서 나오는 매물들은 1950년대~ 2000년대 초반 수준의 집들이다. 1950년대에도 이곳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다.
[1954년에 지어진 집 매물. 무려 55만불에 판매중]
이랬던 미국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쇼핑이다. 여전히 '월마트'나 'Target'같은 오프라인 베이스의 대형 상점들이 성업 중이긴 하지만, 예전에 미국 하면 떠올랐던 대형 쇼핑몰들은 이미 하나둘 씩 문을 닫고 있다. 그 이유에는 'Sears', 'Macy's'같은 미국을 대표하던 대형 백화점들이 무너지면서, 그 백화점을 끼고 있던 쇼핑몰의 상권도 함께 무너진 게 크다. 모두가 알듯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마존'을 대표로 한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 때문 일 것이다. 팬데믹 상황이 오면서 미국 사람들을 반강제 '경험'하게 하여 온라인 쇼핑에 불신을 갖고 있던 보수적인 사람들의 마음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Sears 백화점]
새로운 생활을 위해 상당히 구매해야 할 물품이 많았다. 일부는 'Wallmart'나 'Home Depot'등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절반 이상은 아마존에서 구매하였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모든 물건을 사러 다닐 시간도 없긴 했지만, 처음 경험해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나에게 조차 '신선'하고 '편리'했다. 결제 자체도 편리했으며, 배송은 늦어도 다음날,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 교환 절차가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한국도 '쿠팡', '마켓 컬리' 등의 이커머스 서비스의 수준이 상당하지만, 이 드 넓은 미국 땅에서 경험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신세계'였다. 그래서 그렇게 잘 안 바꾸던 미국인들조차도 쇼핑 패턴을 바꾸게 되었나 보다. (프라임이 아닌 제품은 일부 2주 이상 배송이 소요되기도 한단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에 약 14불(한화로 약 18,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결코 가벼운 돈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첫 달은 한 달 무료체험으로 사용하고, 현재는 학생 할인을 받아 한 달 약 7불에 이용하고 있다.(나는 학생이었다!)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도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쿠팡 프레시, '마켓 컬리'처럼 신선식품을 오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특이한 점은 결제 시 배송기사에 대한 '팁'을 미리 설정할 수 있는데, 0달러에서 5달러까지 직접 세팅할 수 있다. 또한 '주류' 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인데(한국은 일부 '전통주' 외에는 일반 주류는 온라인 배송이 불가하다), 아마존 프레시로 '테킬라'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었다. 이 또한 새로운 쇼핑 체험이었다.
[Amazon Essential 이라는 아마존 의류 PB브랜드, 의외로 퀄리티가 괜찮은 편이다]
차를 끌고 대형 쇼핑몰에 가서 장도 보고, 간식도 사 먹고 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이기도 하고, 작은 '산책'이기도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트'에 가는 행위를 좋아하는 편이라서(나라를 불문하고, 쇼핑을 싫어하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로 분류된다), 큰 카트를 끌고 걸어 다니면서 '음.. 이번엔 이걸 사볼까', '1+1 행사하니까 하나쯤은?' 등 이런저런 상품들을 구경하 재미를 즐기곤 했다. 가끔 예전에 크게 성업했던 대형 쇼핑몰이 한적하게 빈 건물로 남은 모습을 보게 되면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좀처럼 안 변할 거 같던 미국 서버브도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무언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음 회에서 계속)
*표지:코로나에서 해방된 날 집 뒷편을 산책하다 발견한 한국의 정자 같은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