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 일지 #12

#12 밀워키 여행기

by 마틴팍

처가 식구 대부분이 미국 시카고 부근에 거주 중이라 결혼 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물론 십수 년간의 직장생활 중 해외 출장 건으로 LA,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타, 샌안토니오 등의 다른 도시를 방문할 기회도 있었지만, 내 대부분의 미국 방문은 8할 이상이 시카고 지역이었다. 시카고는 LA, 뉴욕 등에 비하면 그 크기나 경제력에서는 작지만, 미국 전체에서 대략 TOP5에 드는 대도시 중의 하나이다. 아주 정확히 들어맞지는 앉지만 굳이 한국의 도시와 비교하자면 잘 정돈된 대전이나 울산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밀워키'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그 밀워키란 곳이 내가 미국에서 여행 가본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시카고 노스 서버브와는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여서 시카고 방문 때마다 일부러 시간 내어 꼭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밀워키는 또 굳이 한국의 도시에 비유하자면, '전주'가 떠오른다. 작은 도시에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자잘한 관광거리도 많다. 이번에 미국에 와서도 오랜만에 시간 내어 밀워키를 다녀왔다. 뉴스에서 우연히 보니 밀워키가 미국에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유명해지는 일은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가 괜히 더 개발되고, 사람만 많아져서 내가 좋아했던 포인트들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된다. 2010년 초반 한옥마을이 개발되던 초반의 전주 역시 그랬다. 당시에는 아주 몇몇의 한옥민박들이 생겼고, 아기자기한 전통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여서 일부 아는 사람들만 찾는 곳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다. SNS가 확산되고, 전주여행이 유명해지면서 전주는 이제 '크리스마스이브 명동' 같은 곳이 되었다. 여러 면에서 밀워키와 전주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밀워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Public Market'이다. 큰 공간 안에 아주 맛있는 치즈, 베이커리, 와인가게, 카페, 해산물 집, 기념품 가게 등이 촘촘히 모여있는데,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 안의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서 매번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특히나 해산물 맛집인 'St. Paul'에서는 아주 신선하고 맛있는 랍스터 요리를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찾곤 한다. 식사 후에는 주로 치즈나 맛있는 디저트를 구매하고, 길 건너편에 있는 'Collectivo Coffee'로 가서 커피를 즐긴다. 밀워키에서 생긴 로컬 카페 프랜차이즈인데, 자체적으로 커피도 만들어내고, 특히나 독특하면서도 예쁜 특유의 인테리어가 맘에 든다. 커피 맛은 물론 살면서 마셔본 커피 중 상위권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셔본 Blue bottle보다 낫다.) 그 외에도 'Purple Door'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상당히 유명하다. 여행의 절반은 맛있는 로컬 음식 체험인 듯이 밀워키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훌륭하다.

밀워키에는 크게 2가지 유명한 게 있는 데, 하나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는 점이며, 우리가 애정 하는 '밀러 맥주'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또한 도시 자체가 하나의 큰 'Brewery'처럼 동네 곳곳에 로컬 맥주 부르어리들이 위치해 있다. 마치 전주가 막걸리의 본고장인 것처럼 이곳은 로컬 맥주의 성지인 것이다. 오죽하면 메이저리그 밀워키 팀의 이름이 '브루어스(Brewers, 양조자들)'일 정도니까 맥주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인 'Lakefront Brewery'(매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을 찾아가 보았다. 강변에 위치해서 내부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들을 사서 가지고 나와서 강가에서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맥주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웬만한 맥주는 다 맛있으므로) 맥주 맛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힘들지만, 그 분위기 자체에 매혹되었다. 몇 년 전에 밀워키 와서 밀러 맥주 공장 투어를 갔다가 당시 어렸던 애기가 너무 우는 바람에 중간에 나온 적이 있다. 가장 기대했던 '시음' 부분을 놓쳐서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나중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밀워키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또 그 사이즈이다. 뉴욕이나 LA에 갔을 때는 워낙 화려하고, 멋있고 해서 좋긴 했지만, 무언가 그 번잡함과 사이즈에 압도당해 '편안하고 느긋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밀워키는 무언가 도시 전체가 내 손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어느 부분을 지나고 있어도 마치 내가 아는 동네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도시 자체가 깨끗하고(작으니 그만큼 관리도 쉬울 것이다) 아기자기해서 정감이 간다. 예전에는 더욱이 더 그랬는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무언가 소문이 많이 난 건지, 일요일이라 그런 건지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아직은 여행하기 힘들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는데, 여행하기 좋은 도시 1위의 소문 여파인 건지, 지난번보다는 3배 이상은 더 늘어난 거 같았다. 어쩌면 미국도 판데믹 이후에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서 사람이 더 많아진 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쪼록 밀워키는 한국의 전주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 밀워키가 위치한 '위스컨신' 주는 다양한 '워터파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워터파크도 여기에 있다고한다. 또한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Milwaukee Art Museum'도 그 화려한 볼거리로 가볼만한 곳이다. 이렇게 써놓고나니 밀워키는 정말 여행하기 좋은 작은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