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국에서 먹고사는 이야기
두 번의 해외 생활을 경험하면서, 외국에서 '잘 먹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멕시코의 경우 워낙 로컬 음식이 유명하고 맛있기도 하나, 한국인의 특성상 매 끼니를 옥수수 또띠야로 때울 수는 없는 터(실제로 멕시코 음식의 8할 이상은 옥수수 또띠야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또띠야를 구우냐, 튀기냐, 소스에 적시냐로 변용을 주고 그 안에 고기, 살사, 치즈 등을 넣어 먹는 구조이다) 한국음식을 꼭 찾게 된다. 멕시코의 지리적 특성상 한국 음식 식자재 자체가 유통이 어렵다. 한인마트 자체가 영세하고 대부분 목숨을 걸고 미국 샌안토니오, 달라스 등 국경 인근 대도시까지 운전하고 가서 차에 가득 싣고 와서 판매하는 제품들인지라 유통기한이 거의 막바지에 달하거나, 그 가짓수도 적다. 가끔 한국식당에서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무료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었다. 얘길 들어보니 그렇게 한국 식자재를 들여오다가 중간에 산적을 만나서 납치도 당하고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맙소사.
필리핀의 경우는 워낙 더운 날씨라서 신선한 야채가 항상 문제였다. 아무리 고급 마트(한국으로 치면 강남에 있는 SSG마켓 같은)에 가서 비싸게 준 야채라도 바로 다음날이면 먹기가 힘든 수준이 많았고, 식당에서 시키는 샐러드 역시 대부분 갈색을 띤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로컬 식당에 가도 대부분 고기와 밥으로 이뤄진 식사가 많았는데, 이는 매 끼니에 각종 야채와 김치를 필수로 하는 한국인들에겐 쉽지 않은 식단 구성이다. 지리적인 이점으로 한국 식자재는 상당히 다채롭고 신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천지차이이며, 한국 식당도 상당히 로컬화 및 중화(한식당의 주인의 중국인 경우도 많다)되어 달지 않아야 할 때 달거나, 무언가 5% 지워진 맛을 느끼곤 했다.
"미국에 가면 한식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한인마트가 이마트 만하거든"
미국에 오기 전에 아내는 나에게 종종 얘기하곤 했다. 한식을 종종 그리워하던 나를 잘 알기에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해준 얘기였다. 실제로 LA나 뉴욕은 더 크겠지만, 시카고 서버브에 있는 한인마트도 그 규모가 꽤 컸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웬만한 한국 식자재는 다 들어와 있고, 한국에서 요즘 핫하다는 지역 소주들도 구비되어 있었다.(대선, 한라산 등)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가게 되는 한인마트에는 푸드코트도 있는데 생각보다 꽤나 준수한 수준의 한식을 먹을 수 있다. 물론 가격은 한국보다는 꽤 높다. 최근 높아진 환율 영향도 있을 것이다. 괜찮은 한인마트가 있는 덕분에 집에서 한식을 먹는 비중이 꽤나 높다. 와인병 사이즈의 소주도 여기 와서 처음 봤는데, 가성비가 좋고 신기하기도 해서 가끔 사다 놓고 와인처럼 꺼내서 조금씩 마시기도 한다.
[요즘 자주 들르게 되는 '중부 마켓' 푸드코드 규모고 크고, 마트 크기가 웬만한 이마트 만하다. 와인병 사이즈의 소주가 신기해서 구매해 보았다. 브랜드 탓일까 처음처럼, 참이슬은 다른 브랜드 대비 무려 2달러가 비싸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Whole Foods Market'이다. 각종 신선한 야채, 고기, 과일을 구매할 수 있으며, PB
브랜드의 퀄리티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생수, 파스타 소스 등 등 다양한 상품들이 PB로 구비되어 있으며, 가격도 꽤나 합리적인 편이다. 한국으로 치면 '초록마을' 같은 곳인데, 그 규모나 상품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안에는 조리식품들도 판매하는데 대부분 유기농 제품, Non-GMO food 등 이서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최근엔 아마존에서 인수해서 아마존 제품 리턴도 이곳에서 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편리한 시스템이다. 진정한 온오프라인의 결합이라고나 할까.
미국에서 먹고사는 거에는 큰 문제는 없다. 어찌 보면 장보기 물가는(한인마트 제외) 한국보다는 적게 드는 편이고, 야채나 고기의 퀄리티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외국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달픔에 가끔 소주와 한국음식을 꺼내 들어 혼자 즐기곤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아저씨라 그런지 김치찌개, 순댓국 등은 가끔씩 먹어줘야 하는 소울 푸드가 되었다. 자주 찾아보는 여행 유튜브에서도 해외에서 오랜만에 사 먹는 한식에 감탄을 연발하는데 너무나도 와닿는 기분이다. 주로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떡볶이, 짜장면, 삼겹살, 치킨 등이다. 그리운 사람들과 맛있는 안주와 소주 한잔. 해외 생활에 가장 참기 힘든 Home sick유발 요소이다.
[소주와 김치찌개로 즐기는 혼자만의 늦은 저녁]
*표지설명 : 새벽과 해질녘의 하늘은 넊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끔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