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과연 인생에서 필요한가?

나이 들어 다시 생각하게 된 친구의 필요성.

by 마틴팍

미국에 이민 오면서 자연스레 ‘상실’된 것이 꽤나 많은 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친구’이다.


누구나 내 나이대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부분 학창 시절 친구들이나, 직장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우리에게 ‘친구’란 존재로 남게 된다. 일부는 학부모 신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학부모들과 ‘친구’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 주로 아이들끼리 친분을 유지하면서 교류가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거주 국가가 바뀌면 이러한 친구의 리스트가 한 번 리셋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기존 친구들이 해외로 간다고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교류하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존재를 ‘친구’라고 정의한다면 말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에는 친구 만드는 과정이 참 단순했다. 같이 운동을 하다가, 또는 같은 만화책을 좋아하거나 , 같은 게임을 하거나 하면 말이다. 우연히 학급에서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대학생 때도 학번이 바로 내 다음 번호였던 아이는 아직까지 내 친구로 남아있다. 거기에는 어떤 조건이나, 진지한 고찰등은 없다. 이러한 상황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게 되는데,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조금 더 ‘친구’를 만드는 조건이 스스로 까다로워 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른바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 든가 '저 사람은 나랑 이래서 잘 안 맞는 거 같다' 등 기존에는 없던 이른바 '잣대'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같은 반 절친과 미국판 한강라면 흡입중인 아이.

미국에 오면서는 더욱이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에는 누구의 지인을 소개받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주 돈독한 친구사이로 발전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앞에서 언급한 나 스스로의 까다로운 '잣대'가 그 주원인일 것이다. 또는 그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큰 호감이나 공동 관심사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처음 몇 년 간은 친구를 만드려고 의도적으로 노력도 해봤지만, 이제는 점점 더 스스로 '포기'하는 마음이다.


뭐 친구, 없으면 어때?


그래도 마음속에 답답한 일이 있거나 하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끔 카카오메신저로 통화를 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직접 만나서 어디에서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면서 서로의 사는 얘기를 듣곤 했던 게 한국 중년남자의 작은 '낙'이었는데, 이제 그럴 기회도 없으니, 타국에 있는 친구와 무료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다.


요즘 유튜브에는 '나이 들면 친구가 필요 없다'는 내용의 수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를 위시로 한 옛날 철학자나 각종 정신 심리학 박사들도 비슷한 의견들을 내고 있었다. 인생에 소중한 친구는 꼭 필요하다고 철칙같이 믿고 40 평생 살아온 나에게 참이나 쇼킹한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더 우리 사회 분위기가 팍팍하게 바뀌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가 필요없음을 설파하는 유튜브 콘텐츠들

와이프와 나는 서로에게 이제 '유일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와이프 역시 새로운 친구 만들기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서로 삶의 파트너이자, 비즈니스 동업자, 육아 공동책임자이다. 서로 동갑이다 보니, 서로 기억하는 시대상황, 경험이 비슷한 것도 큰 몫을 한다. "초등학교 때 이거 기억나?", "2000년대 초반에 거기 가봤어?" 등등 서로 찰떡 같이 알아듣는 수준이니 말이다. 미국생활에 내 유일한 친구인 와이프에게 더 잘해야겠다. 결론이 이상하지만..


와이프와 오랜만에 찾은 시카고 재즈바 Le Piano




(끝)


*표지설명: 보스톤 다운타운에 있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어센틱한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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