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농구선수에게서 이민 1세대의 설움을 느끼다
최근, 미국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의 팬들은 아주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90년대 마이클 조던이 이룩한 6번의 전무후무한 우승, 2010년대 초반 데릭로즈라는 MVP를 배출하며 잠시 반짝했던 시간 이후에 줄곳 플레이오프 구경도 못해보면서 어정쩡한 하위 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팬들에게 최근에 그나마 소소한 재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일본에서 온 카와무라 유키(Kawarmure Yuki)를 보는 것이다.
카와무라 유키는 이미 일본 프로농구에서는 5번의 챔피언 등극, MVP를 받았고, 지난 프랑스 올림픽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을 상위 권에 올려놓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이다. 키가 농구선수로서는 너무나도 작은 172cm에 불과하나, 타고난 운동신경과 센스로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유명한 농구계 명언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멤피스 그리즐리스 소속으로 잠깐잠깐 *가비지 타임(*점수차가 크게 벌여져 양 팀이 종료 전에 주전 선수를 모두 빼고 벤치 선수들로 채우는 시간)에 등장하곤 했는데, 짧은 시간에도 센세이셔널한 패싱 센스를 보여줘 미국 현지에서도 이슈가 된 하이라이트 필름을 여럿 만들어 냈다.
만화 슬램덩크의 송태섭 캐릭터가 마치 현실 세계에 나타난듯한 외모와 사이즈. 실제 농구 스타일도 빠른 포인트가드여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카와무라 유키가 우여곡절 끝에 시카고 불스에 *투웨이 계약 선수로 합류하였다.(*주로 2부 리그인 G리그에서 뛰다가, 1부인 NBA에서 요청하면 몇 경기 뛰는 계약형태)
물론 같은 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으로서 이러한 유키의 고군분투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계속 그의 행보를 찾아보게 되고, 시카고 불스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날에는 나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시카고 불스에서도 번개 같은 돌파 속도와 마치 만화에 나올 듯한 기발한 패스로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평균 신장이 2미터가 훌쩍 넘는 NBA에서 동양인 단신 가드의 피지컬 적인 한계는 가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본인보다 30센티 이상 큰 근육질 선수들의 틈을 뚫어 내는 모습을 보면 같은 동양인으로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기존에 제레미 린(Jeremy Lin)이라는 대만계 NBA선수가 깜짝 등장하여 몇 년 간 활약한 적이 있으니, 동양 선수가 NBA에 처음은 아니다. 다만 그는 키가 190 이상 되는 어느 정도의 피지컬을 갖췄고,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유키와는 느낌이 다르다. 유키는 본인의 꿈을 완성하고자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 '도전'을 시도하는 1세대 이민자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유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나 보다. 본인의 나라에서는 이른바 가만히 있어도 편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안정함을 직접 포기하고, 이 고생을 하려고 왔으니 말이다. 특히나 스포츠계에서 피지컬로 무시받는 동양인으로서 그런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응원하게 된 것이다.
카와무라 유키는 아직 NBA정규 로스터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모이는 NBA에서 수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못 만들어 내면 언제든지 방출당할지도 모른다.(예전 한국의 하승진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그가 출전한 일부 경기에서 그의 신체적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의 이 '아름답고' 또한 '눈물겨운' 도전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전 세계 모든 이민자들에게 그의 행보는 묘한 힘을 주기 때문이다. 가끔 이 거대한 미국 땅에서 살면서 홀로 '광야'에 서있는 기분을 받을 때가 많다. 이런 나에게 오늘도 카와무라 유키가 활약했다는 뉴스는 큰 위로가 되어준다. 조만간 그의 경기를 보러 찾아간다면 이렇게 외쳐주고 싶다.
카와무라 유키상 "간바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