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나를 지키기
휴대폰을 놓고 왔다. 괜찮다. 나는 내 일을 하면 된다.
출근하자마자 깨달은 건 내가 휴대폰을 놓고 왔다는 것,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하나 다행히 다이어리와 요새 읽고 있는 책은 챙겨 와서 다행이다.
해야 할 업무들을 다 진행한 뒤, 책을 읽으며 회사가 사라지고 합병이 되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책의 내용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하라." 또한 "최대한 직장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일까, 어떤 것을 계획해야하는지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부장님이 오시고 나서 바로 본부장님께 면담 신청을 했다.
"관리자를 제가 하고 싶어요."
나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장을 운영하는 경험이 있으면 좋다. 또한 내 돈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하게 된다면 더욱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 안에서 성과를 이뤄낸다면 책에서 말하는 재택근무를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 있었다. 5,6월 매출 2배를 이끌어낸 건 우리 부서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너스도 받았었다. 우리가 다른 곳과 차별점이 있는 부분은 홍보 쪽과 회원 응대 부분이었다. 그건 내가 담당하고 있었다. 회원님들과 동료들과의 좋은 관계를 이끌어내는 것도 나였다.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팀장님보다 월급 협상 부분이나 다루기에 까다롭지 않다는 것도 피력했다. 8개월간 일하면서 다른 곳에서 2번이나 더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받았던 부분도 말씀드렸다.
"긍정적으로 검토할게. 하지만 나이가 제일 걸린다."
맞다. 내 나이가 만 나이로 25살이니까. 나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사람이 많았다. 이 부분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부장님께선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명찰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면담을 마치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불안했다. 내가 욕심을 부렸긴 하지만 나를 믿지 못한다. 합병을 한 회사에선 팀장을 관리자로 세우길 바랐다. 혹여나 팀장과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했다. 내가 뱉은 말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니다 나빠지는 건 없다.
이 이야기는 나랑 본부장님 밖에 모른다. 팀장님과의 관계가 나빠질까? 그분이 매니저를 한다고 해도 나에게 나쁜 것은 없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지도를 한다고 해도 나에게 나빠질 건 없다. 그냥 현상 유지가 될 뿐. 근데 이젠 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관리자나 내가 사장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나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사업이 하고 싶은데 아직 막막하고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지속적인 수입은 있는 게 낫지, 더 많이 벌게 되면 좋은 거니까 도박을 걸었다. 내가 했던 행동 패턴이 아니기에 더 예민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말뿐인 사람으로 남을까 걱정된다. 나의 입은 나의 본질보다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본질은 자신감이 없고 나약하다.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리 나에게 자신이 없다니.
살아있다는 것,
내가 일을 하는 것,
이 상황을 이겨내고 제대로 상황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것,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도 나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내가 불안하지 않게 글을 쓰고 자는 것도,
지금 현재에도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내가 흔들리는 걸 바랐던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