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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경여행가 Sep 11. 2022

직장이 사라진다고요?

(1) 그저께 6년 연인과 이별했는데요

그저께 연인과 헤어졌다. 6년간의 연애의 끝은 추억과 공허함이었다.

앞으로 나를 더 사랑하며 살아야지, 그럼 오늘도 열심히 일 해볼까?


"급한 사항으로 개별 미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출근하자마자 미뤄뒀던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보다 먼저 단체 카톡을 읽은 사람들의 대화 내용도 기록되어있었다. 

감정적인 팀장님의 메시지들, 새벽임에도 사라져 있는 메시지 옆의 숫자들


개인 차례는 몇 시간 이후였지만 본부장님께 먼저 알려달라고 요청드렸다.


 " 회사가 합병이 되었다. 9월 1일부터 다른 상호로 바뀌고 본사 직원이 관리할 거다. "


심장이 쿵쿵 뛰었다. 머리는 빠르게 식었다. 

당황스러우면 더 이성적이게 되는 성향이라,

결론은 여기를 팔았구나 생각했다. 


본부장님과 대표님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고 말씀드렸다.


"본부장님과 대표님의 상황이 더 좋아지는 거죠? 이해가 돼요."


상황판단과 이해가 다 되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이해가 되긴 했다. 정말 당황스러울 뿐, 


그 얘길 들은 뒤로 평소의 계획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듯한 나의 모습에 나 스스로 어리둥절했다.


왜 이래?


  내가 제일 처음으로 개별 미팅을 하였고, 그걸 안 여자 선배는 나에게 전화를 하며 불안감을 토로했었다. 속으로 내가 왜 이 사람을 위로해야 하나, 나보다 나이가 3살이나 많고 평소에 자신이 경험이 많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흔들릴까 생각했다.


 나도 지금 내 감정과 내 상황을 추스리기도 바쁜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동료이고 우리가 지금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큼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뒤로도 내 앞에서 눈물을 짓고 자기가 이혼녀로서, 키워야 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여자 선배를 위로했다. 


모든 직원들과 본부장님이 개별 미팅이 있고 나서 유독 감정적으로 힘들어했던 여자 선배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퇴근하고 나서 운동하고 있던 나를 불러낸 여자 선배의 입에서는


나를 위한 충고의 말이 나왔다. 그것도 내가 말하는 부분, 행동적인 부분을. 나의 말이 직설적이고 필터링이 거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특히 남자 팀장이 나를 언짢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나와 남자 팀장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말하였다.


 팀장이 자신을 힘들게 해서 자신이 밝은 사람인데 어두워졌다고 하며 사이좋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 평소라면 그 이야기를 진중하게 듣고 나에게 피드백을 해주어서 고맙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또한 평소에도 나는 직설적인 걸로 어른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받아왔었기에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근데 굳이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는 워낙 표정 관리를 하려고 해도 얼굴에 티가 나는 사람이지만 최대한 감사하다고 말하였고, 속으론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현재의 회사의 사정이나, 인간관계나 감정적으로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며 나의 일상을 챙기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날 저녁. 우울 해지 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여러 상황이 겹치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나에게 우울감이 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강도는 예전만 못하단 걸 느꼈지만 버거웠다. 


내가 너무 싫고 씻고 싶지도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내가 나 스스로 휴식을 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내 몸을 있는 그대로 편안한 상태로 놔둔다. 그렇게 무기력한 마음에 내 몸이 휩싸이고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본 채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자책을 하고 한도 끝도 없이 밑으로 내려간 뒤 다시 환기를 시키는 게 나의 루틴이었다.

     

근데 이제 조금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님 내일 다시 일을 가야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방법을 대략 찾게 되었던 것 같다.


그냥 빨리 내려가고 빨리 치고 올라오는 것. 감정이 힘들고 마음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드니까 몸에 안 좋은 것들만 먹고 싶고 내 배를 채워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몸에는 좋지 않지만 사랑하는 소울푸드 비빔면 10분 만에 먹고 나니까 마음이 안정되었고 내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발견했다.


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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