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학과 인문학의 접점-1

제1장 - 자동차 디자인이란?

by 유현태

우리가 물건을 살 때에는 디자인을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된다. '디자인'의 정의는 목적을 실체화하는 것이라 한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목적과 의도를 담고 있다. '공학'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건들엔 의구심과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 인간을 위한 학문인 공학에는 수치상의 정답이 있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고를 때 표현하는 디자인의 의미는 심미성에 가까울 것이다. 어떤 물건이 예쁘고 멋있는지 인간은 저마다의 확고한 취향으로 소비를 한다. '인문학'이다. 인간에 의한 학문인 인문학에는 뚜렷한 정답이 없다.


자동차 디자인공학과 인문학의 접점이라고 설명하는 이유이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멋을 부리는 '스타일링'과 더 편안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하는 '엔지니어링'의 균형을 맞춘다. 디자인도 세세하게 파고들면 분야가 참 다양하다. 이미지를 창조하는 시각 디자인, 옷을 만드는 패션 디자인, 인터넷 사이트를 꾸며내는 웹 디자인 등 각자의 역할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 기술과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법적인 표준을 충족시킨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 디자인의 표본이다.


완성차 제조업은 고도의 기술 장벽을 지닌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그런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는 건 확실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게는 대략 3만 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가격과 목적도 천차만별이고 법적인 규제도 강하다. 자동차는 인류를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또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모터리제이션이 일어나며 인명사고도 많아지게 되었고, 특히 환경오염에 따른 국가차원의 개입도 상당해졌다. 자동차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을 품어야 한다.


인류의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은 국제정세의 영향을 심하게 받기도 했다. 소품종 소량생산 체계였던 자동차는 미국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도입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온다. 포디즘을 철저히 따른 칙칙하고 투박한 디자인의 '모델 T'가 당시에는 자동차 디자인의 표준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자동차 디자인과는 많이 다르다. 말 그대로 말없는 마차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점차 엔진룸과 펜더가 합쳐진 '푼톤'스타일 디자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우위를 점했다.


1930년대에는 공학기술을 과시하는 유선형 스타일이 유행이었고, 2차 대전에서 승리한 50년대 이후에는 보다 과시적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널찍하고 우월한 차체가 특징이었다. GM의 슬로니즘을 따른 디자인이다. 엔지니어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스타일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고의적 진부화를 통해 구형 차량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축시킨다. 이런 미성숙한 마케팅 전략은 중동의 욤 키푸르 전쟁을 빌미로 한 제1차 오일쇼크로 무너져 버리고 만다.


반면 독일과 일본 자동차 산업이 대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학에 근거한 자동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패전국들은 경제 회복을 위한 보급형 운송수단을 필요로 했고, 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꾸준한 수요를 이끌었던 것이다. 그렇게 폭스바겐이나 토요타는 경제성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당시 자동차들은 아담하고 꾸밈없는 디자인을 갖추곤 했다. 기능주의라고 표현하겠다. 하지만 여유가 생길수록 더 멋지고 매력적인 모습의 제품을 찾게 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자동차 문화는 모터스포츠에서 유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터스포츠는 첨단 기술을 통해 설계한 머신으로 속도를 겨루는 명백한 '공학'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들은 모터스포츠의 심도 있는 기술보다도 빠른 속력에서 느끼는 감정적 경이로움과 날렵한 디자인의 이질감에 흥미가 생겨날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도 그런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필요 이상의 가치를 지불하는 '프리미엄'이다. 이때부터 기업차원의 자동차 디자인은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사실상 자동차가 없는 삶이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 삶의 일부와 같다. 자동차는 내구소비재 산업이다. 한번 구매하면 오랜 시간 선택을 번복할 수 없다. 라이프 스타일을 책임지는 재화이고, 사변적으로는 누군가의 성격이나 지위를 암시한다. 이 또한 공학과 인문학을 품은 자동차 디자인의 역할이다. 사전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정의는 자동차의 외형을 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표현 안에 내포하고 있는 역설적이고 찬란한 역사들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때마침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기에 머물고 있다. 디젤 게이트와 테슬라 쇼크를 딛고 석유시대의 종말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이 달라진다. 내연기관을 주축으로 한 자동차 공학은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의지가 아닌 지구촌 사회의 강요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동차 디자인도 달라진다. 당장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멀리 내다보면 '이동 수단'에서 '이동 공간'으로의 확장을 고대한다. 이 글은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의 기로에 있는 현재를 기록한다.




디자인엔 관심이 있을 뿐 공학을 공부하는 비전공자가 쓰는 글이다. 하지만 산업디자인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만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자동차 디자인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비전공자라는 사실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타인에게 설명한다기보다 공유하고 싶다. 자동차 디자인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인문학적인 접근도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의 접점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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