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자동차 '쏘나타'다. 이 한 대의 쏘나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금액의 비용과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한대가 기획된 후 생산까지 이뤄지는 시간은 최소 15개월에서 길게는 3년도 넘어간다. 비용은 대략 수천억원에 달한다. 일류 완성차 업체라고 해서 모든 부품들을 직접 설계하는건 불가능 하다. 수많은 선행개발은 물론 협력사들과 함께 설계하고, 디자이너는 개발 컨셉트에 맞는 외장을 연구한다. 그리고 시험단계와 생산준비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 이면에 숨겨진 노력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완성된 제품을 찾아보고 평가하고 비교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은 자동차 산업의 중핵이 된다. 비슷한 성능에 더 나은 디자인의 자동차를 선택하는건 당연하다. 자동차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했지만 그 성공여부는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시장규모가 좁은 경우에는 확실하다. 대한민국의 볼륨모델 쏘나타와 싼타페의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가 무엇일까? 반면 계열사인 기아의 중형 라인업들은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자동차 디자인은 예쁘거나 멋져야 한다. 그런 심미적인 평가는 주관적이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 남들에겐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 반대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자동차도 누군가에겐 최고의 디자인을 갖춘 자동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은 있다. 물론 판매량은 절대적인 디자인 완성도의 지표가 되지 않는다. 대신 k5와 쏘나타의 사례는 명백하다. 비슷한 가격과 주행성능, 국내 시장에서 확연한 차이는 디자인 밖에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단종된다는 루머가 떠돌 정도로 판매량에 큰 타격을 받았다. 스타일링이나 그로써 파생된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실패였다. 대신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는 뚜렷한 실패도 성공도 아닐 것이다. 아니 정확히 따져보면 성공일지 모른다. 쏘나타 DN8은 LF 세대에 비해 더 복잡하고 정교한 차체 형상을 갖추고 있다. 스타일러의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엔지니어의 다양한 기술이 담겨있고, 반대로 엔지니어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스타일러의 노력도 반영되었다.
쏘나타의 차체 형상을 보자. 날렵하고 넓어보이는 윤곽선은 'SENSUOUS SPORTINESS'라는 디자인 컨셉을 지향했다. 이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자동차의 비율, 구조, 스타일링, 기술 네가지 요소를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지극히 본질적인 디자인에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스포티'한 감각을 더하겠단 것이다. 신형 쏘나타의 측면 프로파일은 확실히 역동적이고 우아하다. 보닛의 길이와 곡선형의 C필러를 최대한 늘리고 트렁크 데크를 축소한 덕분이다. 펜더의 볼륨감을 살리고 캐릭터라인을 더 뚜렷하게 강조했다.
자동차의 비례감이란 디자이너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철저하게 공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자동차 외장의 역할은 내부 구성요소들을 온전히 보호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비례감을 결정짓는 오버행과 휠베이스, 노즈와 데크, 그린하우스 등 작은 변화는 큰 불편함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엔진과 탑승객들을 고려한 충분한 공간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또 불합리한 잔여 공간이 남아서도 안된다. 휠베이스나 오버행의 길이는 자동차의 회전반경등 동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자동차 공학의 기초는 구동 방식으로부터 나뉜다. 자동차에 정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구동 방식의 차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엔진, 파워트레인, 그리고 구동축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엔진은 차체 앞이나 뒤에 종방향과 횡방향으로 배치할 수 있고 변속기 어셈블리는 그에 따르기 마련이다. 구동축은 자동차의 형식과 주행성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륜, 후륜 그리고 4륜구동 기본적으로 세가지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비례감은 이런 구동 방식의 차이를 따르게 된다.
쏘나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륜구동 세단이다. 그 시작은 후륜구동 방식을 따랐는데 2세대 Y2쏘나타부터 꾸준히 '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형식을 추구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횡방향 엔진배치에 병렬로 변속기 어셈블리를 맞물리고 바로 앞바퀴를 굴리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에 전륜구동 자동차는 나름 자동차 공학의 산물이었다. 온갖 구동계통을 포함하면서도 조향장치와 브레이크, 그리고 적절한 현가장치까지 세팅한다는건 참으로 복잡하고 지금도 다르지만은 않다.
그만큼 전륜구동 자동차는 꽤나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일단 엔진과 변속기를 모두 전륜 차축 앞쪽에 배치하므로 실내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실용성이 좋아지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다. 직접적을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동력 전달 과정도 간소화되어 무게도 가벼운데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리고 전륜에 가해지는 수직항력이 강해 마찰계수가 높은 노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무게중심이 불안하고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며, 급출발시의 구동력 손실이 높다.
FF형식의 자동차는 태생적으로 운동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쏘나타가 지향하는 가족용 패밀리카로써는 장점들이 더욱 가치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제조 단가가 저렴한데 실내공간은 오히려 널찍하고, 도로 노면의 영향을 심하게 받지 않으며 에너지 효율도 높다. Y2쏘나타부터 이른바 '국민차'라고 불리우던 쏘나타가 전륜 구동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전륜구동 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특정되어 있다. 시장엔 다양한 제품이 있고 비슷한 조건이라면 훌륭한 디자인을 갖춘 자동차가 선택받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전륜구동 자동차의 장점을 과시하는 디자인이라면 아쉬운 디자인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위해서 말한 '비례감'의 측면에서 말이다. 전륜구동 자동차는 엔진을 전륜 차축 앞에 배치하니 프런트 오버행이 길어지고, 또 실내 공간 확장을 위해 A필러를 앞당기면 보닛이 짧아진다. 차량 규격을 나누는 '세그먼트'를 따르면 휠베이스에는 제약이 생기고 어정쩡한 프로포션이 나타날 수 있다. 그게 전륜구동 자동차에게 주어진 디자인의 한계이다. 실용적인만큼 겉보기에는 식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빠르고 멋지고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갖고 싶은게 당연하다. 소비자들은 그 근본적인 차이를 알 필요가 없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운동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들은 대개 전면부 엔진 배치에 후륜구동 방식을 택해왔다. 차근차근 알아가겠지만 FR방식의 자동차들은 보닛이 길고 데크가 짧은 일명 'Long nose Short deck'의 비율을 지닌다. FF와 FR의 차체 비례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다. 대개 운동성능이 좋은 더 빠르고 고급스러운 자동차가 FR 방식을 택한다 했다. 그래서 FF도 FR 방식의 비례감을 따르고자 할 것이다.
이는 단지 쏘나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동적인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FF세단의 디자인 트렌드이다. 전륜구동 자동차가 지닌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FR 세단처럼 늘씬하고 날렵한 형상을 갖는 것 말이다. 운동성능에 빗대어 설명했지만 '롱 노즈 숏 데크'가 대다수 사람들의 눈에는 훨씬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게 자동차 공학과 스타일링의 균형이다. 이번 쏘나타 DN8이 추구했다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철학도 비율과 구조, 스타일링, 기술의 융합을 추구한다.
자동차의 구동방식을 이해하니 쏘나타 DN8의 디자인 방향성도 어느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현대차가 차세대 쏘나타를 공개하며 항상 강조했던 문구가 있다. '3세대 플랫폼 적용'이란 설명이다. '플랫폼'은 선행 개발 단계를 통해 만들어진 엔진이나 변속기, 브레이크나 조향장치등을 아우르는'섀시' 부품의 총합체를 의미한다. 자동차의 기술 개발과 발전의 80%는 이 '플랫폼' 에 걸려있을 정도로 막대한 개발비용과 시간, 그리고 기업체의 기술력을 망라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자동차가 선행 개발과 기획 단계를 지나야 디자인 개발도 시작된다.
이번 쏘나타의 3세대 플랫폼은 운동성능 개선을 위해 엔진을 실내공간쪽으로 최대한 밀어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차체 전면의 노즈 끝부분을 최대한 낮출 수 가 있었고 보닛의 길이가 더욱 길어보이도록 유도한다. 차체의 센터플로어 페널을 일체형을 주조하며 차체 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트포지션을 낮출 수 있다. 그래서 C필러 라인을 완만한 곡선으로 그려내도 탑승 공간을 확보했고 데크도 축소하면서 디자인의 균형을 맞추었다. 여담으로 3세대 플랫폼은 저상화 설계와 차체 강성 향상등 또 다른 장점들도 있다.
결과적으로 쏘나타의 디자인은 선행 개발과 스타일링의 균형을 통해 보다 날렵한 프로파일을 구성할 수 있었다. 좋은 디자인이라 명시할 수는 없어도 7세대 LF 쏘나타대비 측면 윤곽선이 날렵하고 스포츠카처럼 느껴지는건 명백한 사실이다.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젊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일링이라 판단한다. 노즈가 길고 루프라인이 낮아보이고 트렁크도 짧아보이는데, 실제로도 전고오 전폭은 감소했다. 대신 실질적인 실내 공간은 시각적인 효과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플랫폼과 쏘나타의 디자인 안이 결정된다면 엔지니어와의 협력을 통한 디자인 선도 작업이 시작된다. 선도는 차체의 형태와 부품의 모습을 3차원 측정기로 나타낸다. 스타일러가 아무리 예쁜 외장을 그려내더라도 엔지니어가 구현해내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다. 생산 비용및 시간, 안전및 환경 법규 등 기술적 제약에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 기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형상이라도 차체 부품간의 간섭, 단차등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가공성과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에는 최대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했다. 쏘나타도 대략 2만여개 정도의 부품이 포함될 것이다. 디자인 선도와 연구 과정을 통해 부품의 현도를 작성하고 차체 금형을 설계하고 각종 부품 가공에 대한 구현 방식을 떠올리고 발전시킨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 공기저항력을 개선하는 풍동 모델도 상당히 중요하다. 공기저항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아가겠지만, 열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가정에서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주행성능 개선 전략이 없다.
DN8 쏘나타의 항력계수는 0.27이다. 지금으로써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초대 Y2 쏘나타의 Cd가 0.32로 정말 훌륭한 수치라고 설명하던 시기가 있었다. 비교를 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S클래스가 0.22Cd라고 한다. 공기저항에 대해서는 잠시 예를 들어보았다. 골자는 플랫폼에 맞는 아무리 멋진 디자인을 떠올리더라도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높게 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대비 마진율이 매우 낮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원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도 쏘나타 DN8의 디자인은 공학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쏘나타의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던 '르 필루즈' 컨셉트 카를 기억해 본다. 살아있는 펜더의 볼륨감과 측면 패널을 파고드는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마치 물흐르듯 기교를 부린 벨트라인도 상당히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비율과 구조, 스타일링과 기술, 디자인의 이상을 담은 형태였다. 다만 컨셉트 카는 수공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원 오프 모델이다. 쏘나타 DN8은 양산을 위한 '프레스 가공' 규격에 맞추어야 한다.
자동차 생산공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나 프레스 - 차체 - 도장 - 의장등의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프레스 과정에서는 금형을 통해 보닛과 펜더, 필러등 각종 외장 패널을 생산한다. 그 다음 과정인 차체 용접과조립을 통해 자동차의 바디가 일차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 쏘나타의 차체를 조립하는데에는 450여개의 프레스 공정 가공품과 6000여곳의 용접부가 생긴다고 한다. 차체의 굴곡이나 연결부 하나하나가 전부 생산 비용과 시간에 직결되는 것이다. 쏘나타 DN8의 프로파일은 르필루즈와 놀랍도록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