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학과 인문학의 접점-5

제2장 - 자동차 공학과 디자인 이야기 PRAT-3

by 유현태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으로 쏘나타의 디자인을 공기역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DN8이 '구조', '스타일링','비율','기술'을 조율한 디자인이라 설명했다. LF쏘나타와 대비되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패스트백' 디자인에 있다. 패스트백 디자인은 C필러와 트렁크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형태를 의미한다. 그 반대인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형태는 '노치백'이라 칭한다. 패스트백은 원래 '머스탱'과 같은 쿠페에서 주로 사용하던 형태인데 최근에는 차종을 불문하고 패스트백 스타일링을 지향하곤 한다.


앞서 DN8의 측면 프로파일이 마치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윤곽선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게 패스트백 디자인이 지향하는 바 그대로다. 쿠페의 날렵함을 강조하던 스타일링이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한 세단 'CLS'로 성공한게 트렌드를 이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패스트백을 적용한 세단에 '쿠페스타일'이란 마케팅 용어도 덧붙인 바 있다. 맹점은 패스트백 디자인이 단지 보기에만 스포츠카 스러운게 아니라 더 나은 주행성능을 실현하고자 할 때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지금까지 알아본 공기저항에 있다. 막연히 DN8 쏘나타의 프로파일을 보면 물방울 형상을 많이 닮아 보인다. 물방울 형상은 유체가 흐를때 발생하는 WAKE영역이 가장 좁아 Cd값도 낮아지는 것이라 했다. 실제 자동차에 적용되는 원리도 동일하다. 공기는 루프를 타고 흐르다가 트렁크 리드의 끝단에서 후류를 발생시킬 것이다. 정형화된 3박스 세단의 경우, 루프의 끝부분과 C필러의 시작점부터 큰 영역의 유동박리가 형성될 것이다. 리어 윈드실드 뒷 공간이 진공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승용차의 표본과 같은 세단은 전적으로 2열 거주성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D세그먼트는 패밀리카의 수요가 많은 만큼 뒷좌석 공간이 결국 상품성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기 위한 패스트백 디자인, 메르세데스가 말하는 쿠페스타일은 일반적으로 헤드룸 공간이 축소되고 시트포지션이 엉성해진다. 승하차성도 안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앞서 설명한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시켜 보아야 한다. 플랫폼 혁신은 단지 보기좋은 디자인은 물론 공기저항도 줄여준다.


플랫폼 혁신은 실내 공간만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보통 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이라 하면 바디 패널만을 떠올릴 것이다. 소비자가 그 이면을 들여다볼 일은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공기 저항계수는 자동차의 외부로 노출된 모든 형상과 관련을 맺는다. 의외로 공기의 점성으로인한 마찰 저항은 자동차의 하부 구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위 사진은 쏘나타의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싼타페 TM 페이스리프트의 하부구조다. 평평한 언더바디 패널을 적용함으로써 차체 빈틈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소비자가 경험하는 자동차 디자인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디자인을 다루는 이번 글과는 약간 외람되는 부분일 수 있겠다. 하나, 차량을 점검하고 정비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분명 하부 구조를 접할 기회는 생긴다. 단지 차량 구매에 대한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주지 않을 뿐 공력 성능을 위해 하부를 깔끔하게 만든다면 당연히 보기에도 좋은 것이다. 이렇듯 자동차의 외관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특수한 경우에만 접하는 형상을 '그레이 존 디자인' 이라 칭하곤 한다.



쏘나타 DN8의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패스트백 루프와 언더바디 형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쏘나타의 트렁크리드는 립 스포일러 형상을 띄고 있다. 차체뒤에 붙는 날개 같은 조형물들은 '윙' 이나 '스포일러' 라는 명칭이 붙는데, 그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쏘나타는 '스포일러'의 목적을 갖는다. 'Spoiler'를 직역하면 방해하는 사람이란 정도의 뜻이고 말그대로 유체의 흐름을 방해한다. 차체 표면 유체의 흐름을 방해한다면 역효과일 것이다. 스포일러는 차체 후면에 생기는 진공 영역의 유체 흐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다.


스포일러는 트렁크 리드의 끝단을 연장시킨다. 후류가 시작되는 지점을 'Down wash' 라 하는데, 트렁크 리드가 연장되는 만큼 다운 워시 지점도 이동하게 되는 기대효과가 있다. 자동차의 압력 저항은 차체 뒤에 형성되는 후류의 크기에 비례한다. 립 스포일러는 다운 워시 지점에서 발생하는 와류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후류 영역도 감소시킨다. 이로써 압력저항의 크기도 작아질 것이다. 또, DN8의 테일램프를 보면 커버 위에 돌출되어 있는 물방울 형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물방울 형상을 '에어로 핀'이라 칭한다. 앞서 '층류'와 '난류'의 정의에 대해 잠시 언급한 바 있었다. 의외로 운동성이 불규칙한 '난류'에 비해 자체 운동에너지가 작은 '층류'가 유동 박리를 더욱 쉽게 일으킨다. 에어로핀은 유체의 흐름에 인위적인 와류를 형성시켜 균일한 '층류'의 흐름을 불규칙한 '난류'의 특성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보정한다. 그렇게 된다면 차체 뒷부분으로 흐르는 유동의 자체 운동에너지가 늘어난다. 따라서 차체 뒷부분에 형성되는 유동박리의 영역을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백 디자인과 립스포일러, 3세대 플랫폼과 에어로 핀 등 쏘나타 DN8에는 공려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 몇가지 특징들은 한 대의 자동차 익스테리어를 완성시키기 위한 구성요소일 뿐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유체의 흐름을 완벽하게 예측한다는건 절대 불가능 하다. 스포일러를 부착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Cd가 감소하는 건 아니다. 에어로 핀과 언더 커버도 마찬가지이다. 유체의 흐름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패스트백 디자인도 물론 공력성능에는 좋겠지만 자동차의 상품성은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


CFD나 풍동실험은 전체적인 차체 형상이 갖춰져야 이뤄질 수 있다. 굳이 따져보자면 차체의 구성요소중 노즈의 곡률이나 윈드실드의 각도, 전면 범퍼의 형상과 모서리 처리, 휠 오프닝과 C필러 형상 등이 전체적인 항력계수와 크게 연관된다. 스포일러와 마찬가지로, 차체 하부에서 유체의 흐름을 보정하는 '디퓨져'란 장치도 있다. 역시 인위적인 와류를 발생시킴으로써 차체 뒷면에 형성되는 후류를 최소화 하는데, 언더커버 최적화와 일련의 과정이다. 공기저항 계수는 이 모든 최적화 과정에 대한 노력을 포괄한다.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면 주행안정성과 효율성 등 기대효과가 크다고 했다. 반대로 라디에이터나 브레이크의 경우에는 냉각을 위한 최소한의 유량이자 저항력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사실 직접 쏘나타의 공기저항계수 최적화 과정에 참여해보지 않고, 정확히 어떤 목표와 노력을 가지고 연구해 왔는지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 있다. 유체를 다룬다는건 정말 복잡하고 예측이 불가능 하다. 하지만 분명한건, 소비자이자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공력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심미성이 결핍된다면 결코 좋은 디자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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