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학과 인문학의 접점-6

제2장 - 자동차 디자인과 인문학 이야기 PRAT-1

by 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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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쏘나타 DN8을 엔지니어링의 측면에서 살펴봤다. 서론에서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을 공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성공일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 문장의 의미를 어느정도 헤아렸으리라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의도를 최대한 구현하고자 할때,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서포터는 엔지니어가 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물리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아이디어로 묻혀버릴 뿐이다. 8세대 쏘나타는 비율, 구조, 스타일링, 기술 4가지 상관관계를 고려하며 디자인의 본질에 다가섰다.


그래서 쏘나타의 디자인은 성공적인가 묻는다면 답할 수 없다. 분명 쏘나타는 비슷한 스펙을 갖춘 k5에게 판매량에서 밀려났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쏘나타보다도 K5의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 마케팅의 측면에서 명백히 실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실패한 디자인이라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멋있는 디자인 처럼 보일 수가 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인데, 심미성에 의존하는 자동차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따라서 왜 소비자들은 K5를 택하는 경향이 높은지 추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쏘나타의 디자인을 심미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자. 지금까지 알아본 쏘나타의 디자인은 기다란 보닛과 패스트백 루프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설명한 후륜구동 자동차의 비율, 이른바 롱 노즈 숏데크를 지향하며 역동성을 함양하고자 했던 결과이다. 디자인 요소의 측면에서도 전기형 LF쏘나타에 비해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가 상당히 커지며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헤드램프의 그래픽도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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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쏘나타는 2.0 가솔린과 1.6 가솔린 터보의 익스테리어 사양이 달랐다. 하지만 2021년 연식 변경을 거치며 쏘나타 '센슈어스'라는 명칭으로 외관 디자인이 통일된다. 현대자동차는 소비자들이 쏘나타 1.6 터보의 외관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쏘나타 1.6 가솔린 터보의 그릴과 범퍼는 프레임을 생략하여 에어인테이크의 면적을 늘리고 주행성을 강조한다. 반면, 2.0 가솔린의 그릴과 범퍼는 크롬 가니시로 차분함을 나타내고 밋밋함까지도 느껴진다.


차분함과 모던함을 지향하는 디자인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트렌드만 잘 뒤따라준다면 성공의 여지도 엿보인다. 다만, 쏘나타의 차체 프로파일은 날렵함을 지향하고 있다. 날렵한 차체에 차분한 프런트 마스크라 하면 완전히 상충되는 지향점이다. 아마 르 필루즈 컨셉트 카 처럼 미래적이고 심리스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것 같은데, 뭉뚝한 크롬 그릴과 모호한 포지션의 크롬 가니시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어긋난 지향점은 취향으로 합리화 하기엔 판매량 리스크가 너무 크다.


반면 센슈어스의 디자인은 맹목적으로 스포티함을 지향한다. 전산학적인 규칙성을 띄는 파라메트릭 패턴으로 꾸며진 그릴은 입체적이고도 날카롭다. 또, 윤곽선까지 검은색으로 마감하여 그릴의 크기가 최대한 커보이도록 유도한다. 그릴의 크기를 키운다는건 스포티한 디자인을 지향하기 위한 기본 조건처럼 여겨진다. 실제 고성능 자동차들은 엔진의 발열량이 높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기 위한 대형 라디에이터를 탑재한다. 부득이 하게 그릴의 크기를 키울 수 밖에 없었던게 대형 그릴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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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DN8의 그릴 형상은 상당히 독특하다. 아마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윤곽선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는 캐스캐이딩 그릴의 형상을 계승했을 것이다. 형상 자체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이고, 또 쏘나타만의 차별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만 단순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 취향에 따른 호부가 극명하게 나뉠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그릴의 배치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보닛의 곡률을 최대한 키워가면서까지, 라디에이터 그릴은 프런트 마스크에서 포지션이 유독 아래에 있어 보인다.


아마 LOW&WIDE 스타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시선을 사로잡는 그릴의 크기가 낮으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자동차의 인상도 낮아 보인다. 헤드램프의 형상은 무시한채 내부 그래픽을 보면 LED가 수평형으로 나열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줄 것이다. 범퍼와 에어인테이크의 형상도 동일한 목적성이 나타난다. 하단부 에어인테이크 홀의 면적을 양끝으로 늘려 차폭이 넓어 보이는 느낌을 주고, 그 자체로 스포츠카의 과시적인 인상을 남긴다.


범퍼의 음영대비가 확연히 나타나는 형상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좋다. 에어커튼의 브리더 형상까지 오직 스포티함에만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보닛 디자인에도 굉장히 신경썼다. 우선 범퍼없이 그릴과 보닛이 바로 맞닿는 구조라 파팅라인이 최소화 되었다. 그릴 프레임도 검은색이다 보니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보닛 중앙에는 파워돔 라인이 그려졌는데, 파워돔 라인이란 고성능 자동차들이 엔진의 부피를 감당하기 위해 용적을 변형시킨 보닛의 형상에서 유래한다. 역시 센슈어스의 디자인은 '스포티'로 정의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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